이현주기자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펴낸 서간집 '긴 터널 푸른 하늘(2011)' 머리글 첫 부분이다. 이 책은 1970~80년대 민주화 투쟁으로 이 고문이 다섯 차례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과 부모, 형제들에게 보낸 옥중 편지들을 모아 만들어졌다. 국어 교사를 하다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던 이 고문은 10년 이상 옥살이를 했다.
민주화 이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배지를 단 이 고문은 이명박 정부 시절 특임장관을 지내는 등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으로 권력의 정점에 서 있을 때도 빼놓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일기 쓰기다. 1945년생, 고희를 지나 여든을 바라보는 이 고문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써왔다. 그의 글쓰기 비법 중 하나다.
"그날 저녁에 앉아서 오늘 뭘 했느냐 한 일을 기록할뿐더러 주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겁니다"
이 고문의 평생 습관이 된 매일 일기 쓰기는 '성찰의 시간'이다. 그는 "아무리 늦어도, 피곤해도 일기는 쓰고 잔다"며 "밥 먹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일기 쓰기 장점 중 하나는 글쓰기가 수월해진다는 점이다. 이 고문은 "부수적으로 문장력이 좋아지고, 글솜씨가 늘어난다"며 "나는 주제를 딱 잡으면 그 주제에 대해서 한끝에 다 쓴다. (글이) 끝날 때까지 몇 장이 되든 바로 한 번에 쓴다"고 말했다.
최근 이 고문은 자신의 일기장에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뿐 아니라 전 세계 정국(政局)에 대한 생각을 많이 썼다. 그는 "나라 돌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 그리고 또 경제 문제에 대한 생각,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지진 등. 국내외 정세에 대해서는 그날 일어난 것에 대해 쓰고 생각을 정리한다"고 했다.
민주화 운동 시절에 쓴 일기장은 중앙정보부가 가택 수색을 할 때 압수당한 뒤 돌려받지 못했다. 그래도 그의 서재 한쪽에 일기장 수십권이 쌓여 있다. 이 고문은 일기장으로만 1년에 양지 다이어리 2~3권 정도를 썼다.
서울 은평을에서 5선을 지낸 이 고문은 지금도 구산동에 살고 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 후 가장 먼저 등산에 나선다. 눈이 오거나 비가 와도, 날씨에 상관없이 날마다 오르는 봉산에서만 대략 서너 시간을 보낸다. 그는 "산에서 걷는 시간 2시간, 산에서 운동하면서 1시간 정도를 보내면 1만2000보 정도 된다"면서 "나머지 한 8000보 정도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채운다"고 말했다. 하루 2만보를 걷는다. 그는 평소 지하철을 타고 국회의사당과 방송국을 오간다.
지하철을 본격적으로 이용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다. 지하철의 장점은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많이 걸어서 좋고, 두 번째는 시간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고 세 번째는 불필요한 인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는 "내가 운전을 안 하니까 기사를 써야 하는데, 지하철을 타면 경제적 부담도 줄고 건강에도 좋고 좋은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사당 내에 위치한 국회방송으로 올 때면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에서 내려 서강대교를 직접 걸어서 건너온다. 방송에서 무슨 얘기 할지 생각하며 걷다 보면 금세 도착한다. 일주일에 방송 프로그램 2~3곳에 출연하는 그에게 건강 상태에 대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걷기도 기록으로 남긴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살피던 그는 "70대 남성이 하루에 보통 7471보를 걷는다고 하는데 내가 1월 하루 평균 걸은 걸음이 1만5559보다. 걷기가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등산도 즐긴다. 특히 일출 사진촬영을 즐긴다. 해가 뜨는 시간과 장소가 계절별로 조금씩 다른데 찍은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어떤 날은 딱따구리가 큰 나무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해 사진을 찍었다. 이 고문은 "산을 늘 다니니까 산에 있는 돌멩이 하나, 풀잎 하나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애정을 느낀다"면서 "나무들의 변화, 푸르스름해졌다가 잎이 나고 하는 그 과정, 잎이 나서 무성해졌다가 또 꽃들이 피었다가 지고 잎이 떨어지면 겨울이 오는. 매일 가면 사시사철 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하다는 게 그냥 땅만 보고 걷는 게 아니라 이런 모든 것들이 아울러져서 건강해지는 것이다. 등산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명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고문은 "산에 오르기가 힘든 사람은 자기 체력이 맞는 산을 택하면 된다"고 말한다. 국회의원 현역 시절에도 매주 일요일 봉산에 올랐고, 평일엔 국회 등원 전 상암경기장 쪽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한 바퀴씩을 돌았다. 일요일에는 등산 대신 자전거를 50㎞ 정도 탄다. 이 고문은 "잔병이 거의 없고 코로나19 역시 의식하지 않는 사이 지나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