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잘못된 자세부터 바로잡고 걸으세요'

물리치료사가 말하는 바르게 걷기의 선결조건
발모양·보행패턴 분석하면 걸음걸이 문제 드러나
정확한 진단 후 치료나 운동처방으로 교정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지금 측정 결과를 보면 왼쪽 발에 체중이 많이 실리고 있잖아요? 발 앞쪽보다는 뒤꿈치 쪽이 바닥에 더 세게 닿고요. 보통 자주 사용하는 팔 쪽으로 걸음이 살짝 치우치는 정도는 괜찮지만, 왼손잡이가 아닌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 몸이 틀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의식적으로 반대편 오른쪽 다리에 좀 더 힘을 주면서 걸으셔야 해요."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에코파크센터에서 진행된 '장애인 비장애인 같이 가치 걷기' 행사. 사단법인 한국워킹협회의 사랑나눔 기부로 마련된 행사장 한쪽에서 강성훈 삼성서울병원 물리치료사(사진·53·재활의학과 집중운동치료실)가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발 모양과 걸음걸이를 살펴보며 걷는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었다. 압력센서가 달린 보행분석기 위에 똑바로 선 뒤 평소처럼 예닐곱 걸음을 내디디면 발의 각도와 압력분포(족저압), 걷는 속도나 보폭 등을 측정한 데이터가 나오는데 이를 바탕으로 걸음걸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협회 자문교육이사를 맡고 있는 강씨는 종합병원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뇌성마비나 뇌졸중, 파킨슨병 등으로 거동이 어렵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큰 수술을 받은 후 회복 중인 수많은 환자들에게 재활치료를 해왔다. 환자가 서 있는 자세만 봐도 근골격이나 보행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금세 간파한다.

강씨는 "중증 뇌 질환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환자들은 다시 일상에 복귀하기까지 장기간 재활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을 함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프지 않고 오래 건강을 지키게 하는 예방 운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고령인구 증가와 이들에 대한 막대한 의료비 부담이 사회문제가 되는 지금, 시민들이 올바른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훈 물리치료사(오른쪽)가 한 참가자의 걸음걸이를 측정한 뒤 바르게 걷기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물리치료사로서 그가 일반인들에게 권하는 건강을 위한 운동은 걷기와 수영, 실내자전거 타기다. 중장년층이 심폐 기능과 근력,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운동인데, 그중에서도 걷기를 언제 어디서나, 쉽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최고의 활동으로 꼽았다. 강씨 본인도 한때는 매일 2시간씩, 주말이면 4시간도 걸었던 걷기 예찬론자다. 지금도 종종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근해 집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타는 강남역까지 꼬박 1시간40분을 걷곤 한다. 도심을 걷다 보면 자주 횡단보도 신호등 앞에서 멈춰서야 한다. 몇 분간 속도를 내 빠르게 걷다가 다시 천천히 걷기를 번갈아 하는 '인터벌 걷기'를 응용하면 일정한 속도로 쭉 걸을 때보다 근력과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강씨는 "걷기 운동은 당장 운동화 신고 밖으로 나가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데, 문제는 잘못된 자세로 계속 걸을 때 발생한다"며 "무릎이 약한 사람이 무조건 등산하고 계단을 오르면 탈이 나기 마련이듯, 본인도 몰랐던 나쁜 자세로 걷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평소 신는 운동화가 한쪽만 빨리 닳는다든지, 유독 신발의 안쪽 면만 닳는다면 발 모양이 평발이거나, 다리 길이가 차이가 있거나, 걸을 때 한쪽 다리에만 힘이 들어가 몸의 좌우 대칭이 무너진 경우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짝다리를 짚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도 이미 뇌 속에 기억돼 본인도 모르게 자꾸 반복하게 된다. 열심히 걸을수록 발이나 다리, 허리가 아프거나 목과 어깨가 뭉치고 두통이 생긴다면 가까운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치료나 운동법을 처방받아 자세를 교정한 뒤 걸어야 한다. 강씨는 "발바닥에 통증이 있거나 발목이 시큰거리는 증상이 심할 경우엔 약물이나 주사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몸 전체의 균형감각과 하지 근육, 발바닥과 발가락 근육 상태 하나하나까지 모두가 걷는 데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편집국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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