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세계 최대 광고판으로 꼽히는 '슈퍼볼' 광고에 올해에는 가상화폐 업체들이 실종됐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제57회 슈퍼볼 중계 방송사인 폭스는 TV 광고 판매를 완료한 결과 올해 광고분에 가상화폐 업체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이날 발표했다. 폭스에 따르면 일부 코인 업체들은 광고 계약 직전 단계까지 갔으나,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 이후 광고 계획을 모두 철회했다.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은 세계 단일 스포츠 결승전 시청자 수 1위를 다투는 '빅 이벤트'로, 가장 비싼 광고판 중 하나로 꼽힌다. 폭스는 올해 슈퍼볼 TV 광고 대부분이 600만달러(약 75억원)가 넘는 가격에 팔렸고, 30초짜리 일부 광고의 판매가는 700만달러(약 88억원)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FTX와 코인베이스, 크립토닷컴, 이토로 등 4곳의 가상화폐 업체가 슈퍼볼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광고 경쟁을 펼쳤다. 당시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는 광고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비트코인을 무료로 나눠주는 경품 행사와 연계한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슈퍼볼에선 코인 광고가 모두 사라졌다. 지난해 11월 FTX가 파산 보호 절차에 들어가면서 업계 역사상 최대의 금융사기가 드러났고, 코인베이스 등 나머지 업체 3곳도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진 탓이다.
CNN은 “작년 슈퍼볼은 가상화폐 업체의 커밍아웃 파티였으나 올해는 파티가 끝났다”며 “지난해 슈퍼볼 광고를 한 4개 업체 중 어떤 회사도 올해 광고에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고 보도했다.
다만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 암호화폐와 관련지을 수 있는 유일한 광고주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게임 개발사 ‘리미트 브레이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TV 광고 속 QR 코드를 스캔한 시청자들에게 대체 불가 토큰(NFT) 약 1만개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올해의 광고판은 주류·식품 업체 등 전통적인 슈퍼볼 광고주들이 채웠다.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앤하이저-부시와 하이네켄, 디아지오, 레미 마르탱, 몰슨 쿠어스 등 주류 기업과 과자와 초콜릿 등의 식품업체,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와 스트리밍 기업, 자동차 회사 등이 슈퍼볼 광고에 포함됐다. 제57회 슈퍼볼은 오는 12일 미국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