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저한세, 그림의 떡?'..연간 세수 272兆 증가 전망에도 망설이는 세계

OECD 전망치 발표
WSJ "美, 의회 통과 지지부진…전망 어두워"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내년 도입 예정인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으로 전 세계 세수가 연간 2200억달러(약 272조원) 증가할 것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이 나왔다. 기존 전망치보다 많은 세수다. OECD의 최저한세 시행을 위한 신속 조치 당부에 따라 관련 법 개정에 나선 우리나라와 달리,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을 보유한 미국·유럽연합(EU) 등은 주판알을 튕기고 있어 당초 약속대로 내년 1월 제도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OECD는 18일(현지시간) 디지털세 합의안이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글로벌 조세 체계 개편 시행으로 인한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높다"고 밝혔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 기업 이익에 최소 15% 이상의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특정 국가에서 최저한세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면 다른 국가가 과세권을 갖게 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준을 충족하는 다국적 기업은 세계 어느 시장에서 사업을 하든 최소 15% 이상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앞서 OECD, 주요 20개국(G20)은 국제조세 개혁 회의체인 포괄적 이행체계(IF)에서 '디지털세'로 불리는 국제 조세체계 개편안의 두가지 축(필라 1·2)에 합의했는데, 최저한세는 필라2에 해당한다. 필라1은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글로벌 기업들이 매출 발생국에 세금을 내도록 과세권을 배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OECD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으로 인해 각국 정부는 연간 총 2200억달러나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수의 9%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초 OECD가 예상한 1500억달러(약 186조원) 대비 700억달러(약 87조원) 많은 규모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1500억달러)도 크게 상회한다. 최근 다국적 기업의 수익이 증가하면서 전망치도 늘어난 것이라고 OECD는 설명했다. 매출 발생국에 대한 과세권 배분이 이뤄질 경우 연간 세수는 130억~360억달러(약 16조~45조원) 정도 추가될 것으로 관측했다.

OECD는 모든 나라가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조치를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광범위한 조치 도입으로 잠재적으로 세수가 상당히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는 국제 조세 체계를 안정화하고 조세 확실성을 강화하면서 일방적인 디지털 서비스와 무역분쟁의 확산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세 도입 속도는 각기 다른 상황이다. OECD는 한국이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법제화하고 영국, 캐나다는 예산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파악했다. EU 회원국 등 여타 국가들도 반대 또는 유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대 여론에 따라 OECD는 디지털세 도입 일정을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뤘지만 이마저도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경우) 지난해 의회를 통과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공화당이 1월 하원을 장악하면서 내년 전망은 더 어두워 보인다"고 전했다. 국내에선 글로벌 최저한세 법제화로 우리 기업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을 위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재계에서는 다른 국가들보다 법제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른 나라들도 내년 도입을 늦추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주요국 상황을 보면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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