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지기자
[아시아경제 권현지 기자]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18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첫 임원추천위원회를 연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는 누구인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 관련 금융위원회 중징계 결정에 행정소송을 낼 것인가.' '손 회장이 징계 리스크를 불식시키고 연임에 도전할 것인가.'
박상용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는 18일 임추위가 열리기 전에 소송과 연임 여부 두 가지 사안 모두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박 이사는 지난 13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임추위 전에 손 회장이 라임펀드 소송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을 하고 연임 도전 의사에 대해서도 밝힐 것"이라고 했다.
그는 "회사가 소송을 한다는 것은 공식적으론 이사회에 보고만 하면 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금융당국과의 소송을 결정할 때는 최소한 이사들의 동의가 필요하고 의사 타진을 할 것"이라며 "그래도 연임이나 소송은 어디까지나 손 회장이 스스로 내리는 결정"이라고 했다.
이번 임추위에서 이사회는 2곳의 헤드헌터사에서 추천받은 외부후보와 주요계열사 대표를 포함한 내부후보를 포함해 총 10명의 후보를 추려 '롱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내부에선 손 회장을 비롯해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행장을 포함한 전직 임원들도 거론되고 있다. 외부에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손 회장이 거취와 상관없이 행정소송을 선택할 경우, 금융위원회와 손 회장의 공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1월 9일 금융위 제재 의결 당시 회의록에서도 손 회장에 대한 징계 근거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소수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예상되는 법적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판매를 ‘부당권유’로 볼 수 있는지, 손 회장이 이 사태의 최종 책임자(감독자)인지, 징계 수위에서 신한은행과의 형평성 등에 대해 양측이 얼마나 잘 입증해내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은행이 라임펀드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했으면서도 판매한 행위를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걸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021년 4월 손 회장에 ‘문책경고’ 징계를 내릴 때 자본시장법 제49조 부당권유에 대한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라임펀드의 만기상환 여부가 불확실한데도 A등급 채권 등 확정금리성 자산에 투자해 만기 시 자동 상환되는 안전한 상품으로 오인하게 해 부당권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 회의록에 따르면 한 금융위원은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행위)를 부당권유 조항으로 규율하는 것에 의문이 있고 판례나 행정제재 선례, 학설 등이 없는 상태”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판매 당시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행위는 부당권유가 아니라 부작위에 해당하므로 금감원이 든 근거법이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위험성을 숨기고 거래를 계속하라고 지시한 것은 부작위처럼 보이지만 신뢰를 가장 큰 가치로 삼아야 할 은행이 위험성을 은폐한 것은 왜곡 설명하는 것만큼 잘못이 크다”고 반박했다.
손 회장을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감독자로 볼 것인지도 소송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될 걸로 보인다. 금감원은 앞선 DLF 제재심에서 영업부문장이 ‘판매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을 라임 사태에도 적용해, 최종 책임자를 손 회장으로 규정하고 징계한 바 있다.
한 금융위원은 이에 대해 “DLF 때 내부통제 위반과 관련해 제재심에서 (진술)했던 것과는 내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감원 측은 “당시 (부문장이) 내부통제 부분에 대해서만 부문장의 책임과 권한이 없다고 한 게 아니라 펀드 출시·판매, 내부통제에 대해 손 회장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당시 부문장은 기억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반박했다.
같은 라임 사태에 대해 신한은행보다 무거운 징계를 받은 점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에 대해서는 각각 ‘주의적 경고’와 ‘주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국은 우리은행 펀드 판매액이 1419억원으로 신한은행보다 두 배가량 많은 점, 신한은행이 언론·검찰 수사 등을 통해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인지한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약 1개월에 걸친 라임자산 실사·분석,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직접 증거를 인지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 한 금융위원은 “신한금융은 라임펀드를 가장 늦게까지 판매한 은행이고 규모도 적지 않다”면서 “부당권유와 유사한 사안인데 다르게 취급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또 다른 금융위원은 “우리은행은 최소한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문서로 남았다”면서 신한은행보다 관리 노력에 적극적이었던 점을 가중처벌의 이유로 삼기 어렵다는 주장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