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여름휴가 때 뵈니 만나자마자 뭐 먹고 싶다, 어디 가고 싶다, 욕망과 자기 생각을 자꾸 얘기하시더라"며 "국밥도 먹고 싶다고 하시고, 찐빵도 먹고 싶다고 하셔서 매일 아침에 찐빵 사다 드렸다"고 전했다.
탁 전 비서관은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임기 5년 동안 문 전 대통령의 사적인 모습들을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퇴임 후에는) 완전히 달라지셨다"며 "사람이 어떻게 욕망이 없을 수가 있냐. 그걸 표현하지 않고 참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5년의 임기 동안 문 전 대통령이 단 한 번도 탁 전 비서관을 편하게 대한 적이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도 사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업무 이상의 이야기, 지시한 적 없다는 것이다.
탁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 집무실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문 전 대통령은 저한테 칭찬도 안 했지만 반말도 안 했고, 그거보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단둘이 있을 때도 저를 편하게 대해주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신을 한 사람이나 한 인간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그 집무실이라고 생각하는, 대통령 집무실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게 객관적이고 타당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훨씬 용이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고 덧붙였다.
탁 전 비서관이 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통령 입장곡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통령이 입장할 때 의전곡이 없어서 클래식 음악도 쓰고, 군밤 타령 민요도 쓰고 좀 두서가 없었다"며 "입장곡은 권위와 의미, 또 국가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상징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헤일 투 더 치프'(Hail to the chief), 영국은 '갓 세이브 더 킹'(God, save the king)처럼 대통령을 상징하는 의전곡이 웬만한 나라엔 다 있다"고 덧붙였다.
탁 전 비서관이 최근 집필한 책 '미스터 프레지던트'에는 '지난 5년 내내 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부분 정치적 이해에 따른 비난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그렇게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는 문장이 담겼다. 진행자가 이 문장에 담긴 진의에 관해 묻자 탁 전 비서관은 "진심이다. 제가 이 자리에서도 여러 번 얘기했지만, (의전 비서관으로서) 쇼하는 사람한테 쇼한다고 하는 걸 어떻게 나쁘게 들어야 하느냐"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 임기 중 자신이 진행한 행사 중 최고의 행사를 꼽기는 어렵다면서도 "문 전 대통령의 취임식과 퇴임식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가 마무리될 때쯤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퇴임 행사가 크게 회자가 됐다"며 "그걸 보면서 퇴임 행사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결국 못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행사에 대해선 "최근에는 제가 보지 않고 있다. 보면 (평가가) 박해질까 봐"라며 "평가를 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이 돼 있어야 (하고), 고치거나 받아들이려는 여지도 있고 이래야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탁 전 비서관은 "사람들이 자꾸 오해하시는데 저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길 바라고 잘되길 바란다"며 "국가공무원으로 일해보니 국가 권력이나 정부라는 게 끊임없는 이어달리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를 보면 그런 수용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닌 것 같고 나아지려는 노력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며 "그럴 바에는 제가 뭘 자꾸 보태서 얘기하는 게 무척 기분 나쁘게 들리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