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금 의혹’ 이재명, 검찰 출석 '당당하게 맞서서 이기겠다'(종합)

수원지검 성남지청 현장, 지지단체·반대측 집결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김대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후원금' 사건 피의자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20분께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도착했다. 그는 언덕 아래에서 차에서 내린 후 박홍근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약 30명과 함께 성남지청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입구에 선 이 대표는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 이번 소환조사를 "감찰이 파 놓은 함정", "유례없는 정치 탄압, 헌정사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나와 성남시 공직자들의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조작하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당당하게 정치검찰에 맞서서 이겨내겠다"고 말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조사는 유민종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장이 직접 나서 이 대표에게 질문을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최근 변호인단에 합류한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과 함께 조사실에 들어갔다. 조사는 이 대표측이 진술조서를 검토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이날 자정을 넘겨 끝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프로축구 성남FC 구단주로 일한 2015~2017년 두산건설, 네이버, 분당차병원 등 6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70억원을 유치하고 건축 인허가, 토지 용도 변경 등 이들 기업의 현안을 해결해주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등으로부터 이 의혹으로 고발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만나 성남FC에 후원금을 주는 대가로 각종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본다.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다. 검찰은 이 내용을 지난해 9월 전 두산건설 대표 A씨와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B씨를 기소할 때 공소장에 적시하며 이 대표를 A씨와 B씨의 공범이라고 썼다.

검찰과 이 대표측은 조사실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와 기업들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느냐가 쟁점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선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한다. 이 대표의 경우, 기업들로부터 각기 다른 문제들을 해결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제3자인 성남FC에 후원금을 내면 그 대가로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는 검찰의 논리가 입증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대표측은 진술을 거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주말 변호인들과 만나 검찰로부터 받을 예상 질문을 정리하고 답변해보는 등 예행 연습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조사 후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오는 12일 오전 10시30분 신년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10일 경기 성남 수원지검 성남지청 인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 청사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대현 기자]

한편 이날 수원지검 성남지청에는 영하권 날씨에도 조사 3~4시간 전부터 인파가 모이기 시작했다. 이 대표 지지단체인 민주시민촛불연대가 주최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우리가 이재명이다'란 팻말과 파란색 풍선을 들고 성남지청 정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거주하는 선명화씨(53·여)는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이날 오전 9시쯤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사장님께 '오늘은 쉬겠다'고 말하고 왔다"며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해서만 표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 규탄 집회를 주최한 애국순찰팀 및 신자유연대 단체는 성남지청 앞 12차로 대로를 끼고 이 대표 지지자들 반대편에 자리했다. 이들은 '피의자 이재명 검찰출석' 등 팻말을 든 채 "이재명 구속" 등을 외치며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 동대문구 휘정동에 거주 중인 조남김씨(63·남)는 오전 8시쯤 현장에 도착해 이 대표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법과 정의가 살아야한다. 검찰이 각고의 노력 끝에 수사를 진행했는데, 오늘은 수많은 혐의에 대한 첫 조사인 만큼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반대 측 인원이 이 대표 지지자들 앞쪽에 현수막을 걸려다 언쟁을 벌이는 상황도 나왔지만, 경찰 및 안전용원 들의 통제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민주시민촛불연대 측은 방송을 통해 "횡단보도에 있는 유튜버들은 바깥쪽으로 나가달라. 이따 이 대표가 들어갈 때 성남지청 문을 넘어서면 안 된다. 데시벨은 90으로 맞추고, 현수막은 모두 걷어달라"고 호소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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