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도 '앵그리정치'…폭도 의회 난입

美사태 예의주시 "민주주의 훼손 시도 비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선거 불복을 외치며 브라질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 집무실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 집무실로 몰려든 수십명의 시위대는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넘은 뒤 문과 창문 등을 박살 내고 집무실로 침입했다.

의회 밖에서는 시위대 무리가 막대기나 장대를 사용해 경찰과 보안요원을 폭행하고, 진압을 위해 투입된 헬리콥터에서 탄약과 최루탄 등을 발사하자 폭도들은 의회와 대법원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이어 집기류를 내던지고 충격을 가해 건물 바닥을 파손시키는 등 내부를 엉망으로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장 시설물을 부수고 의장석에 앉아 난동을 부리며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노란색과 초록색 국기 색 옷을 맞춰 입은 시위대는 건물 지붕에 올라가 브라질 군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개입'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플래카드를 펼치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으나 일부 경찰과 보안요원은 폭행을 당하는 등 시위대 진압에 역부족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 1일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발생한 홍수 피해 지역인 아라라콰라 방문 중이어서 폭도들과 맞닥뜨리지는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연방 정부는 폭도들에 대항해 질서 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긴급 명령을 내렸다.

이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불복을 주장하며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을 난입한 사태의 복사판처럼 진행됐다.

룰라 대통령이 '50.9%대 49.1%'라는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결선 투표에서 승리를 거머쥔 지난해 10월 대선 이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브라질리아 주요 군부대 앞에 이른바 '애국 캠프'를 차리고 룰라 취임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선거 불복 움직임을 보여 왔다.

국제사회는 브라질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동이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한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에 "미국은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를 비난한다"며 "브라질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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