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강한 고용·매파 Fed에 긴축 우려…나스닥 1.47%↓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5일(현지시간) 예상을 웃도는 강한 고용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발 긴축 메시지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에도 노동시장 과열이 지속되며 시장의 긴축 공포를 한층 키운 모습이다. Fed 당국자들의 매파 발언도 쏟아졌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39.69포인트(1.02%) 떨어진 3만2930.0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4.87포인트(1.16%) 낮은 3808.1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3.52포인트(1.47%) 하락한 1만305.24에 장을 마감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업종별로는 S&P500 지수 내 에너지 주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금리에 민감한 부동산, 기술, 유틸리티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개별 종목으로는 지난해 월가의 ‘밈 주식’으로 주목받았던 생활용품 소매체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Y)가 파산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전장 대비 29.88% 하락 마감했다. FTX를 비롯한 가상화폐 업체를 고객으로 둔 은행 실버게이트는 예금 대량인출로 매각 가능성을 시사하며 42.73% 폭락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의 판매 실적이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에 2.90% 밀렸다.

이날 투자자들은 6일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이날 공개된 민간고용지표, Fed 당국자 발언 등을 주시했다. 민간부문 고용이 시장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고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미국인 수가 14주 새 최저치를 기록하자, Fed를 둘러싼 긴축 우려는 한층 강화됐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2월 미 기업들의 민간 고용은 전월 대비 23만5000개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15만3000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12월 임금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3%를 기록했다. 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한 민간 근로자들의 임금상승률은 15.2%로 파악됐다. 같은 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1만9000건 감소한 20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4주래 최저치이자, 시장 전망치 22만건을 훨씬 하회하는 수치다.

이처럼 노동시장이 식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지표들은 Fed 긴축에 힘을 더하는 요인이다. 특히 노동시장 과열에 따른 임금상승 추이를 우려해온 Fed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높은 임금인상률이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글로벌의 마이크 로웬가르트는 "예상을 상회하는 민간급여, 실업수당 청구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탄력적이라는 징후"라며 "대기업들의 감원 뒤에 이어진 소식이라 시장의 압력이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고용지표가 눈에 띄게 둔화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Fed 당국자들의 매파 발언도 쏟아졌다. 전날 Fed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잡을 때까지 더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지속하겠다는 긴축 의지를 재확인한 상태다. 사실상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는 방침으로 시장의 피벗(pivot·방향 전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종금리가 5% 이상이 될 것이고 Fed가 한동안 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퇴임을 앞둔 그는 2024년에도 높은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 생각엔 그렇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경기침체를 예측하지 않는다면서도 가능성은 인정했다.

Fed 내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역시 현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며 추가 긴축을 예고했다. 불라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너무 높지만 최근 둔화하고 있다"면서도 "점점 제약적 정책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올해 그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한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은 미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역풍"이라며 "목표치 2% 달성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금리 상승세가 확인됐다. Fed의 연이은 매파 메시지에 이날 공개된 탄탄한 고용지표까지 긴축에 힘을 실으며 국채가 하락, 국채 금리 상승세를 이끌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72%선까지 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장중 4.49%선까지 뛰었다가 상승폭을 소폭 축소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0.9%가량 상승한 105선을 나타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2%이상 올라 22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음날 공개되는 미 노동부의 12월 고용보고서 발표에 쏠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힌트를 더 찾고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월가의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증가폭 컨센서스는 20만명으로, 전월의 26만3000명보다 약간 둔화한 수준이다. 실업률은 전월과 마찬가지로 3.7%를 유지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5%, 전월 대비 0.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CNBC는 "노동 시장이 여전히 강세임을 보여주는 더 큰 숫자는 Fed에 더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의 신호가 될 수 있는 임금 상승폭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증시도 2월 FOMC 이전까지 당분간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PI에셋 메니지먼트의 슈테판 이네스는 "Fed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채권, 증시 비중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이날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격은 전장보다 83센트(1.14%) 오른 배럴당 73.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낙폭이 과대했다고 판단한 저가 매수세가 몰린 여파로 분석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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