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아시아경제 변선진 기자] 하루 세 번 밥 먹듯 맨발로 걷는 남자가 있다. 아침에는 1시간 이상 맨발로 아파트 앞마당을 거닐고 낮에는 숲속을 30분간 또 맨발로 걷는다. 저녁엔 하천 제방에 조성된 맨발산책로에서 1시간 맨발로 다닌다. 한때 이런 모습이 낯설다던 주민들도 그를 따라 맨발 걷기에 동참했다. 22년 전 맨발 걷기를 실천해 건강을 되찾았다는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70)의 얘기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반평생을 금융맨으로 살아온 박 회장은 사람들이 ‘맨발의 기적’을 체험하길 바랐다고 했다. 은퇴 후 2016년부터 ‘맨발걷기숲길힐링스쿨’을 차려 매년 3~11월의 토요일이 되면 서울 대모산에서 시민들과 맨발로 만난다. 2018년엔 운동본부를 본격적으로 꾸려 맨발 걷기를 전국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맨발로 걷는 즐거움’(2006년), ‘맨발걷기의 기적’(2019년), ‘맨발로 걸어라’(2021년) 등 맨발 걷기를 알리는 저서도 꾸준히 냈다.
박 회장이 맨발 걷기에 빠진 계기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폴란드 LG페트로은행에서 은행장을 했다. 업무 과중 등으로 올라간 간 수치가 정상범위를 한참 넘었고 매일 불면에 시달렸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죽을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에 청천벽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한국에서 방영된 TV 프로그램을 우연히 본 게 박 회장의 인생을 바꾸어놨다.
"폐와 림프까지 암이 전이돼 한 달 시한부 선고를 받고 강제 퇴원된 이주선씨가 이왕 죽을 거 청계산에서 신발을 벗고 마음껏 걷고 놀고 쉬다 했더니, 시한부 이후에도 죽지 않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거예요. 병원 진단을 받았더니 암세포가 말끔히 사라졌다는 데는 맨발 걷기가 비결일 거라고 생각했죠."
박 회장은 곧장 바르샤바 집 뒤 900여 헥타르(ha)에 달하는 카바티 숲을 찾아 맨발로 걸었다. 박 회장은 "숲길의 생명력 있는 기운이 맨발을 통해 온 몸 가득 메우는 느낌을 50년 인생 처음으로 겪었다"며 "그날은 왠지 모르게 포근히 잠에 잘 들었고, 며칠 후에는 하루 1번에 불과했던 배변활동이 2~3번으로 늘었다. 달고 살던 감기도 점점 멀어졌다"고 회상했다. 맨발 걷기를 실천한 수 개월 후에는 간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좋은 걸 저 혼자 알면 안 되는 거겠죠?"
박 회장은 신발을 신고 걷는 것보다 맨발로 걷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맨발로 걸으면 지압·접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근골격계를 싸고 있는 근육들이 신발로 인해 경직돼 생긴 통증을 맨발이 압축과 이완의 과정을 거치며 풀어주는 게 지압효과"라고 했다. 또 "접지효과는 땅 속의 음전을 띤 전자가 맨발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와 만성 질병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중화시켜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까치발 걸음’ ‘발가락을 만세하는 느낌으로 걷기’ ‘발가락을 벌리고 끌어당기며 걷는 걸음’으로 맨발 걷기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길 중에는 흙길도, 황톳길도, 인공 지압길도 있다. 박 회장은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흙길에는 돌멩이, 나무뿌리, 나뭇가지가 있기 때문에 천연 지압으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다만 접지 효과만 보려면 촉촉하고 탄력성이 있는 황톳길이 낫다고 했다. 지압길은 효과가 있긴 하지만 아프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걷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루 얼마나 맨발로 걷는 게 좋을까. "한 번에 30분씩 하루 세 번을 권하지만, 다다익선입니다. 인간의 신체는 태초에 신발 없이도 살 수 있게끔 만들어졌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