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기자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자신의 방탄을 위해 국회를 마비시키고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어"(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녹취록 듣고도 '묻지 마'로 일관하면 '김건희 방탄 정당' 오명 쓰게 될 것"(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여야가 강 대 강 대치 속에서 12월 한달간 끌어왔던 '예산 정국'이 마무리됐지만, 국회는 또 다시 '사법 정국' 소용돌이에 빠졌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오는 28일 출석을 통보한 뒤, 이 대표가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여야 공방은 더욱 거칠어진 모습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검찰이 소환 조사를 통보한 오는 28일 출석에 불응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미 정해진 일정 등이 있고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당장 가기는 어렵다"면서 "그 후에 가능한 날짜와 조사 방식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내 반발을 고려해 검찰 조사에 당당하게 대응하겠지만, 검찰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28일에는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새해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도 '김건희 방탄 정당'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역공에 나섰다. 대한민국 입법부를 구성하는 거대양당 모두 '방탄국회단'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다만 심란한 방탄국회단의 공방 대전에도 관전 포인트는 있다.
1부인 '이재명 방탄'에선 우선 이 대표의 포토라인 일정이 관건이다. 이 대표는 검찰이 소환 통보한 28일은 당 최고위원회 일정이 이미 잡혀있기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출석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뗀 이 대표는 "이미 정해진 일정 등이 있고 본회의까지 예정돼있기 때문에 당장 가기는 어려울 거 같다"며 "가능한 날짜와 조사방식에 대해서는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일방적인 통보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수석대변인은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통보할 때 검찰이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반해서 일방적으로 팩스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오후 백브리핑 자리에서도 "일방적으로 통보해서 하는 행태가 무도하다. 28일(출석) 문제는 그렇게 야당 대표를 모욕하고 있는데 끌려가면 되겠나"라며 "당 내부에서도 검찰이 무리하게 이렇게 계속 조사한다면, (그에) 응할 필요가 없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있다"고 했다
이번 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지도 주목해봐야 한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서 현재로선 '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부결이 되면 당이 나서서 방어했다는 '방탄'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이 대표의 추후 검찰 수사 일정을 고려했을 때,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는 결국 민주당이 '방탄 정당' 뚜껑을 열었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이재명 지키기'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부인 '김건희 방탄'에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의 입에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검찰은 최근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을 작성하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관련 투자자문사 임원을 구속기소 했다. 권 전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징역 8년이 구형됐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돈을 대주는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는지 여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권오수와 통화해보니 빨리 팔라고 했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녹취록을 전날 오전 회의에서 재조명했다. 그러면서 "이토록 생생한 육성 증거에도 대통령 일가는 치외법권인가"라며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소환조사는커녕 서면조사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펼쳐질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의겸 의원의 명콤비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한남동 술자리' 논란으로 1차전을 끝낸 터라 더욱 예민한 날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민주당이 이 대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검사 16명의 실명과 사진이 담긴 웹자보를 제작한 것과 관련해 '조리돌림·좌표찍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의원의 "어두운 역사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논평에 한 장관은 "(다수당이)법치주의를 훼손하려고 하는 것이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반박했고, 김 의원은 김 여사의 수사를 재촉하며 한 장관을 향해 "지난 7월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해 열심히 수사해왔으니, 곧 결정날 것'이라고 했는데 5개월이 훨씬 넘었다. 한 장관이 언급한 '곧'은 언제냐"고 쏘아댔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