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차완용기자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차완용 기자] #2년 전 경기 남양주시와 화성시에 각각 갭투자로 아파트를 구매한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전세를 놓은 두 아파트 모두 계약 만료기간이 다가오지만, 2년 전보다 전세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A씨는 가격을 낮춰 전세를 내놓자니 빠듯한 가계도 걱정이고, 치솟을 금리를 감당하기도 어려워 결국 두 아파트 모두 급매로 처분하기로 했다.
인천·경기의 전세가격이 떨어지면서 서울보다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로 투자에 뛰어든 집주인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특히 떨어진 전세가격 만큼의 목돈을 확보하지 못한 갭투자의 경우 고민은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 다산동 ‘다산e편한세상자이(전용면적 59.98㎡)’는 지난달 21층이 4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2020년 10월 같은 층은 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새로운 전세 계약을 맺을 때 집주인은 원래 전세를 살고 있던 임차인에게 줄 5000만원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와 인천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월 각각 106, 106.3을 기록했지만, 이때부터 하락세를 타면서 지난 10월 101.3, 99.2로 집계됐다.
수도권 개별 단지들의 전세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 파주 ‘힐스테이트 운정’(전용면적 59.86㎡)은 지난 10월 16층이 2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2020년 같은 달 같은 층수는 3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인천 미추홀구 ‘인천SK스카이뷰(전용면적 59.9995㎡) 역시 지난달 12층이 3억원에 거래되면서 2년 전 가격보다 5500만원 내렸으며, ‘부개주공3단지(전용면적 59.93㎡, 14층)’는 2년 전보다 4500만원 내린 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경기와 인천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매가에 외지인 투자가 많은데, 전세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오르면서 특히 갭투자로 집을 구입한 집주인의 시름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거주지별 2020년 1~12월 아파트 거래 건수를 살펴봤을 때 인천은 전체 거래 중 32.68%가, 경기는 25.10%가 외지인 매입이었다. 전체 거래 중 서울 거주 외지인 비중은 인천 9.76%, 경기 15.25%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급매를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하락 전망이 심화되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달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집합건물 기준)에 따르면 인천의 거래회전율은 0.42%, 경기는 0.31%로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했다. 거래회전율이 0.42%라는 것은 거래 가능한 부동산 1만 개 중 42개만 매매됐다는 것이다.
갭투자를 통해 경기 지역 아파트 3채를 보유한 김진호씨(가명, 48)는 "아파트 2곳의 전세 계약이 만료돼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전세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다"며 "결국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급매로 3곳 모두 내놓았고, 이중 가장 먼저 팔리는 아파트로 전세금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급급매 위주로 소화되면서 매매가격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2020년 11월 경기·인천에서 전체 거래에서 갭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던 파주시(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기준)의 경우 7월(108.8)까지 매매가격이 증가하다가 불과 3개월 만에 지난해 9월(104.9) 지수보다 떨어진 104를 나타냈다. 경기 전체 지수가 4.5포인트 떨어지는 데 10개월이 걸렸다는 것과 비교하면 매매가격 하락 속도가 빠른 편이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