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물 내릴 땐 뚜껑 꼭 닫으세요…비말 천장까지 튀어

콜로라도대학 연구진, "목적과 반대로 많은 내용물 밖으로 내뿜어"
비말 초속 2m로 분출돼 8초 이내 1.5m 높이에 도달

변기 물을 내릴 때 분출되는 비말. 사진=Patrick Campbell /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제공·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변기 물을 내릴 때 변기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비말이 분출되는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과학실험 영상이 공개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공학 연구팀은 녹색 레이저를 활용해 변기 물을 내릴 때 변기 밖으로 튀어 오르는 비말을 시각화해 속도와 확산 범위 등을 분석한 결과와 영상을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비말이 튀어 나와 대장균과 노로바이러스 등 다양한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60여년 전에 확인됐다. 다만 이를 시각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북미지역의 공중화장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뚜껑 없는 실린더 플러시 형 변기를 실험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두 대의 레이저로 변기 위를 조사해 변기 밖으로 튀어 오르는 비말의 속도와 방향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비말은 초속 2m로 분출돼 8초 이내에 1.5m 높이에 도달했다. 이런 비말 중 무거운 것은 수초 내에 표면에 가라앉지만 5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보다 작은 입자는 수 분간 공중에 떠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말은 주로 위로 분출돼 뒷벽 쪽으로 향하지만, 천장까지 오른 뒤 앞으로도 확산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는 대변이나 휴지 등은 적용하지 않았다"며, "실제 공중화장실 환경에서는 비말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란 예측도 했다. 이어 연구팀은 "화장실 변기가 배설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런 목적과는 정반대로 많은 내용물을 밖으로 내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 제1 저자로 ‘생태 유체역학 랩’을 운영하는 존 크리말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변기 물의 비말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분출되고 확산한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실험 영상을 한번 보면 이전처럼 변기 물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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