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살해 협박에 폭행도…'길고양이 급식' 혐오

길고양이 급식 이유로 '케어 테이커' 위해 가하는 사건 발생
동물보호단체 "열등감에서 표출된 저열한 행위"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길고양이 급식을 둘러싸고 케어 테이커(고양이를 돌보는 시민)와 일부 주민 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케어 테이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가장 약한 길고양이를 타깃 삼은 괴롭힘이 케어 테이커까지 확대된 것이라며 열등감에서 표출된 저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길고양이 먹이를 챙기는 '캣맘'이 40대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대구 남부 경찰서는 1일 오후 5시쯤 대구 남구 한 주택가 골목에서 30대 여성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로 4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 당시 A씨는 중성화 수술을 마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여성을 보고 화가 나 말다툼을 벌이다 폭행을 저질렀다. A씨는 경찰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서 골목이 지저분해지자 화가 나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피해자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으며,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길고양이에게 급식한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을 당한 사례도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20대 남성 B씨는 한강공원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시민을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최소 16차례 이상 살해 협박을 반복했다.

그는 길고양이가 '유해동물'이라면서, 급식을 중단하지 않으면 길고양이를 해치겠다고 피해자를 협박했다. 피해자에게 직접 협박 편지를 남기기도 했는데, 지난해 9월 B씨는 고양이 밥그릇에 "흉기 구매 완료", "목부터 찌르겠다"고 쪽지를 남겼다.

심지어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평소 피해자의 동선과 길고양이 돌보는 장소를 파악했던 B씨는 "칼부림 나면 나는 정상 참작되어 징역 2년이다. 그러나 뉴스에는 캣맘 피살이 나올 텐데?"라고 협박했다. 결국 지난 9월 B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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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심에서 길고양이들 먹이를 챙겨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행법상 길고양이는 유해동물이 아니며 동물보호법에 의해 보호받는 대상으로, 먹이 활동이 제한된 도심 속 길고양이들과의 공존을 위한 노력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캣맘·대디와 일부 주민 간의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길고양이들의 배변에서 악취가 난다거나 발정기 동안 고양이가 내는 울음소리 등이 소음 공해를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먹이를 주기적으로 급여할 경우 길고양이 개체 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길고양이 급식을 둘러싼 갈등은 심각한 마찰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사람이 챙겨준 먹이를 먹는 길고양이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캣맘·대디에게 협박·폭력을 행사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예산을 편성해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을 진행 중인 만큼 고양이 개체 수 증가로 인한 시민 불편은 우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TNR 사업은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 번식해 살아가는 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거세·불임 등 수술 후 다시 제자리에 방사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번식 우려 등을 이유로 고양이를 학대하거나 캣맘·대디에게 위협하는 것을 '저열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캣맘 혐오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등 좌절감이 큰 일부 사람들이 미움과 혐오의 대상이 필요해 가장 약한 대상인 길고양이를 타켓 삼아 학대를 행하고 있다"며 "이런 저열한 분노가 길고양이를 돌보는 케어 테이커(고양이를 돌보는 시민)로 확대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길고양이 급식을 반대하는 이들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개체 수를 늘리고, 환경을 지저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오히려 캣맘·대디가 보살피는 고양이들은 TNR을 할 가능성이 높고, 입양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확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TNR 효과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TNR은 국가에서 인증한 과학적인 개체 수 조절 방법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효과가 있다"며 "간혹 지역 특성이나 고양이 개체군에 맞는 TNR일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일부 문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TNR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 예산 확보를 통한 광범위한 TNR 적용 등을 고민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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