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최측근, 흑인에게 '진짜 어디서 왔냐' 발언 후 사임

BBC "문제 발언 인사는 윌리엄 왕세자 대모 수전 허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사진=AF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최측근이 왕실 행사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사임했다.

영국 왕실은 30일(현지시간) 한 직원이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가 사과하고 즉시 물러났다고 밝혔다. 왕실은 "이 사안을 극히 심각하게 보고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며 "전 직원이 다양성과 포용적인 방침을 다시 유념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와 카리브계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들을 돕는 단체인 '시스타 스페이스'의 대표인 응고지 풀라니는 전날 버킹엄궁 행사에 다녀온 뒤 트위터에 '레이디 SH'라는 왕실 직원이 심문하듯 "진짜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고 주장했다. 풀라니는 자신이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인이고 단체가 런던에 있다고 했지만 이 직원은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 왔느냐고 계속 되물었다는 것이다.

풀라니의 주장에 따르면 '레이디 SH'는 이름표를 보기 위해 그의 머리카락을 들어 올려 이름을 확인한 뒤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곁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목격한 인사도 "풀라니가 받은 질문이 무례하고 인종차별적이었다"고 BBC에 말했다.

이날 BBC 등은 문제 발언을 한 '레이디 SH'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수십년간 매우 가까이서 보좌했고 윌리엄 왕세자의 대모 중 한 명이기도 한 수전 허시(83)라고 보도했다. 1960년부터 왕실에서 일해온 허시는 여왕의 신뢰를 받는 최고위급 보좌진으로 '넘버 원 헤드 걸'(No.1 head girl)로 불렸다.

앞서 해리 왕자 부부의 폭로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던 영국 왕실은 인종차별 사안에 민감하다. 해리 왕자의 부인 마클 왕자비는 지난해 3월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들 아치가 태어났을 때 왕실 사람들이 아들의 피부색이 어두울 것을 우려해 아들을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리 왕자 역시 인종차별 때문에 영국을 떠났냐는 질문에 "그렇다. 만약 왕실이 마클에 대한 인종차별을 인정했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왕실은 성명을 내 "매우 심각하게 다뤄질 것이고 가족 내부에서 사적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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