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기자
[아시아경제 오수연 기자] 넷플릭스 이용자의 대다수가 계정을 가족이나 타인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넷플릭스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공유 계정을 단속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타인과 계정을 공유 중인 응답자의 약 절반은 계정 공유에 대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면 구독을 해지하겠다고 답했다.
24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유료 OTT 서비스 이용 행태 분석:다중구독 및 계정 공유 행태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를 통해 응답자는 평균 2.11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60.7%가 2개 이상 OTT를 구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를 이용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78.2%다. 이번 조사는 현재 유료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전국 17개 시도의 만 20세~59세 인터넷 이용자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넷플릭스 이용자 중 본인 명의 계정을 이용하는 비율은 42.8%다. 10명 중 6명은 가족 또는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5.1%가 가족 명의 계정 공유, 9.3%가 타인 명의 계정 무료 공유, 11.5%가 타인 명의 계정을 유료 공유한다고 답했다. 무료 프로모션 이용자는 0.7%, 기타는 0.6%다. 본인 명의 계정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경우에도 자신의 계정을 가족 외 타인에게 공유해주는 비율은 23.8%에 달했다.
가족 외 제3자와 계정 공유는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대다수 OTT 약관에 위반한다. 넷플릭스는 중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계정 공유 시 추가 금액을 지불하도록 하면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주주 서한을 통해 가입자 성장기에는 계정 공유를 묵인했지만,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계정 공유 이용자에게 과금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억 가구, 북미 지역에서만 3000만 가구가 계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는 지난 3월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에서 추가 요금을 과금하면서 가족 외 제3자와 계정을 함께 쓸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어 7월 아르헨티나와 도미니카 공화국,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에서 월 1.7~2.99 달러(약 2302~4048원)를 지불하면 요금제 종류에 따라 최대 3곳을 추가할 수 있는 '집 추가' 기능을 적용하는 등 계정 공유 과금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로 광고 요금제 '광고형 베이식'을 도입하면서 계정 공유 과금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국을 기준으로 광고형 베이식은 월 5500원이지만, 소위 '4인 팟'을 구성해 프리미엄 요금제(월 1만7000원)를 4명이 나눠 내면 월 4250원만 내면 된다. 국내에서는 친구끼리 계정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 커뮤니티나 공유 플랫폼을 통해 낯선 사람과 요금을 나눠 내는 일이 빈번하다. 타인 간 계정 공유를 방치하면 새 수익원이 될 광고 요금제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실제로 광고 요금제 도입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가입자 유입 효과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고형 요금제를 이용하고 싶다는 응답자는 13%에 그쳤다. 절반을 넘는 51%는 가입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넷플릭스가 최근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 '프로필 이전' 기능을 도입한 것 또한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싣는다. 가족·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던 사람이 계정을 새로 만들 때 이전 시청 기록 등을 옮겨올 수 있는 기능이다. 앞서 3월 중남미 3개국에서 공유 계정에 과금할 당시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이용자가 추가 금액을 지불하게 해서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은 쉽지 않아 보인다.
본인 명의 넷플릭스 계정을 타인에게 공유하는 이용자의 경우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42.5%가 이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33.3%는 서비스는 계속 이용하지만, 계정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응답은 24.2%에 불과했다.
타인 계정을 공유받은 사람 중 46%는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응답했다. 46%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8%만이 본인 명의 계정을 만들어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계정 공유를 제한하거나, 추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안이 수익 증대로 직결된다고 전망하기 어렵다.
강준석 KISDI 방송미디어본부 연구위원은 "상당수의 유료 OTT 서비스 이용자는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 제삼자의 계정을 유료 또는 무료로 공유하여 해당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며 "계정공유가 유료 OTT 서비스 시장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계정공유 제한 및 과금이 관련 매출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