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2026년부터 유럽연합(EU) 내 상장기업의 '여성 이사 할당제'가 의무 시행된다. 22일(현지시간) 유럽의회는 기업 이사회의 성비 균형과 관련한 법안 시행을 공식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11월 EU 집행위원회가 여성 이사 할당제를 처음 제의한 지 10여년 만이다.
새 법안에 따라 EU 내 모든 상장기업은 2026년 6월 30일까지 비상임 이사 기준 40%, 전체 이사회 기준 33%에 여성의 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사회 성비 정보를 매년 주기적으로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의무 비율을 지키지 않는 경우 벌금형이 부과되거나 명단 공개 등의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직원 수 250명 미만인 기업은 의무시행 대상에서 제외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베라 요우로바 집행위 부위원장, 헬레나 달리 평등 담당 집행위원과 공동성명을 통해 "집행위가 10년 전 처음 제안한 이후 상장기업 이사회의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법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래 기다려온 순간이자 양성평등을 위한 중요한 돌파구로 축하해야 할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EU의 상장기업 여성 이사 비율은 평균 약 30% 정도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프랑스(45.3%), 독일(34.1%) 등은 평균을 웃돌지만, 키프로스(8%) 등 비율이 낮은 국가들의 평균을 내면 16.6% 수준이다. 이들 국가는 이번 조치로 기업들의 이사회 구성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 이사 비중은 지난해 기준 8.7%로 미국(29.7%), 중국(13.8%), 일본(12.6%)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2020년 성별을 포함한 다양한 가치를 기업 의사결정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로 여성 이사 할당제가 공론화됐다. 이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에 여성 등기이사를 1명 이상 두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졌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년간 유예를 거쳐 지난 8월부터 시행됐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전체 2212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은 지난해 말 5.6%에서 올해 4월 7.5%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같은 기간 13.3%에서 20.9%로 증가했다. 다만 사내이사 구성에는 그 영향이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자산 2조원 미만 대기업의 91.8%는 여성 사외이사가 1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