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돈기자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1조6000억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했다. 김 전 회장의 도주 전까지 검찰이 그의 신병 확보를 세 차례 시도했지만, 이를 모두 기각한 법원의 판단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도주함에 따라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 3인방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도 타격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2020년 5월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석 조건은 보증금 3억원과 주거제한, 도주 방지를 위한 전자발찌 부착 등이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중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선고기일이 다가올수록 도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검찰은 지난 9월 14일 첫 번째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회장이 보석 이후 1년 넘게 재판에 출석하면서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낮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했던 판사와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이 고등학교 동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찰은 범죄사실을 추가하고 도주준비 정황을 수사한 후 지난달 7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법원이 재차 기각했다. 법원은 “보석 결정의 취지가 충분히 존중돼야 하고 보석 이후 현재까지 취소사유(도주나 증거인멸)에 해당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검찰은 보석 결정 자체를 취소해달라고 지난달 26일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보석을 취소해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온 라임 사건 주범의 도주를 막아야 한다”며 “김 전 회장이 재판 기간 중 성실히 출석했다는 점이 선고기일 출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판단을 미루다 김 전 회장이 도주한 직후인 11일 오후 2시 50분에야 뒤늦게 보석을 취소했다.
상황이 이렇자 앞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한 전력이 있는 만큼 김 전 회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안일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의 도주로 라임 사태 핵심 인물 3명이 모두 종적을 감춰 향후 사건 해결에도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모로 주가 조작을 한 이인광 에스모 회장, 부동산 개발회사 메트로폴리탄과 14개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라임으로부터 국내 부동산 개발 등의 명목으로 약 35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여전히 해외 도피 중이다. 특히 김영홍 회장의 경우 측근들이 잇따라 붙잡히면서 소재 파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돌연 경찰 측에서 측근들에 대한 수사 중지 결정을 내린 상태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