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권해영기자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지난달 9% 가깝게 뛴 외식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폭을 키운 주범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의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5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가격의 경우 통계청이 조사하는 39개 품목이 전부 오르면서 전월 대비 8.9% 뛰었다. 전월(9.0%)에 이어 0.1%포인트 낮아졌을 뿐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자장면으로 전월 보다 13.2% 치솟았다. 김밥(13.0%), 갈비탕(12.1%), 라면(12.1%), 햄버거(12.0%) 등이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칼국수(11.8%), 해장국(11.7%), 떡볶이(11.7%), 짬뽕(11.2%), 돈가스(10.9%), 삼겹살(10.6%), 도시락(10.4%), 치킨(10.3%), 피자(10.1%)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직장인과 학생이 비용 부담에 주로 이용하는 회사, 관공서, 대학교 등 구내식당의 식사비까지도 전월 대비 5.3% 뛰었다.
외식의 경우 가격이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을 갖고 있어 물가 상승폭이 둔화되더라도 앞으로 고물가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요인으로 지목된다.
외식과 마찬가지로 하방 경직성이 큰 가공식품 가격 역시 9.5% 뛰며 먹거리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가공식품을 구성하는 전체 73개 품목 중 70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고, 이 가운데 28개(38.4%) 품목이 두자릿수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용유가 42.8%로 가장 많이 올랐고 밀가루(36.9%), 부침가루(30.8%), 국수(29.7%), 물엿(28.9%), 치즈(27.9%), 김치(25.3%), 시리얼(24.4%), 잼(21.2%), 맛살(20.3%)도 가격이 크게 뛰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107.47로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전월(4.5%) 보다 상승폭을 확대한 것은 물론 지난 2009년 2월(5.2%)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산물, 석유류 등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영향을 받는 품목을 빼고 작성하는 근원물가는 물가의 장기적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지난달 근원물가의 상승폭 확대는 고물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낳게 한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환율 급등, 겨울철 에너지 수요 급증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대란 가능성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변수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내년 1분기까지 5%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고환율 지속과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이 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