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중고·리셀 플랫폼에만 '3.4조 투자' 배경은

美 패션시장 3% 성장하는데, 중고·리셀 시장은 33% 성장
C2C 중고거래에 꽂힌 네이버, 3조 넘게 공격 투자
놀이처럼 리셀 즐기는 MZ…중고거래 시장 급성장

[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네이버가 올해 들어 중고거래·리셀 플랫폼에만 3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네이버의 전체 투자액을 훌쩍 넘어섰다. 중고거래 시장이 폭풍성장하면서 네이버 경쟁 플랫폼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MZ세대(밀레이얼+Z세대)가 중고거래 시장을 이끌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크림·포쉬마크에 공격 투자...지난해 전체 투자액보다 많아

7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올 들어 중고거래 플랫폼에 투자한 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손자회사 '크림'을 통해, 해외에선 '포쉬마크' 인수를 통해 투자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네이버의 연간 투자액이 2조원 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공격적으로 투자한 셈이다.

네이버는 올 4분기 중 크림에 5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개인이 운동화, 옷, 시계 등 한정판 상품을 재판매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크림에 투자해 커머스 역량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가 자회사인 스노우를 거치지 않고 크림에 직접 출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네이버는 스노우를 통해 크림에 투자해왔다. 지난 2월 스노우 유상증자에 참여해 1500억원을 출자했고 스노우는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크림에 600억원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크림은 서비스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일본 '소다' 말레이시아 '쉐이크핸즈', 싱가포르 '리벨로' 등 동남아시아 중고거래 플랫폼에 투자를 진행했다.

북미에선 지난달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인수에 2조3000억원을 베팅했다. 네이버 창사 이래 첫 조 단위 투자인 것은 물로 국내 인터넷 기업이 진행한 인수합병 중 가장 큰 규모다.

전방위 투자를 통해 국내에선 패션, 명품, 생활잡화, 자동차까지 중고거래 상품 카테고리를 넓혔다. 밖으로는 아시아-유럽-북미를 잇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네이버는 2020년 '코렐리아 캐피탈 K-펀드1’을 통해 프랑스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투자한 바 있다.

美패션 중고거래 시장 폭풍성장...MZ세대가 주도

중고거래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네이버 뿐만이 아니다. 특히 희소가치가 높은 상품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셀 플랫폼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무신사가 선보인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은 지난 4월 400억원의 투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솔드아웃에 100억원을 투자한 두나무가 이번에도 참여했다. 명품 리셀을 취급하는 '트렌비'도 최근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 300억원을 투자받았다. 자금은 리셀 시장 활성화와 관련 콘텐츠 개발에 쓰이고 있다.

중고거래·리셀 플랫폼에 돈이 몰리는 것은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미국 패션 시장이 연 평균 3.4% 성장하는 동안 패션 중고거래 시장은 32.9%씩 성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 패션 중고거래 시장은 156억달러(약 22조2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향후 성장성도 기대되고 있다. 2030년 미국 패션 중고거래 시장은 478억달러(약 68조2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온라인 패션 시장에서 중고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3%에서 2030년 21%로 뛸 것으로 분석된다.

크림·포쉬마크 이용자 80~90%가 MZ...커뮤니티형 커머스로 1020 공략

중고거래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MZ세대를 껴안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검색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네이버의 기존 사용자들은 30~50대로 1020세대 공략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올 초 '젊은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취임한 후 MZ세대 유입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다.

크림의 경우 사용자 90%가 MZ세대다. 포쉬마크도 MZ세대 비중이 80%에 이른다. 인스타그램에 가까운 커뮤니티형 커머스 서비스로 이용자가 커뮤니티에 체류하면서 상품을 발견하는 식으로 구매가 이뤄진다. 목적을 갖고 검색하면서 상품을 구매하는 네이버의 기존 모델과 다른 방식이다.

최 대표는 "리커머스가 MZ세대에게 새로운 트렌드라고 판단했다"며 "대규모 사용자를 보유한 포쉬마크를 통해 북미 MZ세대를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MZ세대는 유행에 민감하지만 소유보다는 경험 자체를 중시하는 특성상 자신에게 없는 제품을 사기 위해 기존에 가진 것을 파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한정판, 명품 등 특정 카테고리 안에서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개인들끼리 소통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네이버가 '커뮤니티형 커머스'를 커머스 사업의 새로운 포맷으로 삼은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SNS 등에서 갖고 싶은 물건을 '발견'해 이를 구하고 다시 판매하는 경험 자체를 놀이처럼 즐긴다"며 "이들의 옷장에 있는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중고거래 시장에 쏟아진다면 거래 단가가 높은 이커머스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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