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 조주빈이 ‘계곡 살인’ 이은해에 보낸 편지 보니

“수사 협조 말고 진술 거부하라는 취지로 보내”
계곡 살인 수사한 인천지검 차장검사 출신 조재빈 변호사 밝혀

조주빈이 지난 2020년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계곡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이은해(31)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가운데 'N번방 사건' 주범인 조주빈(27)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씨에게 편지를 보내 "진술을 거부하라"고 말한 사실이 밝혀졌다.

계곡 살인 사건을 수사 지휘했던 인천지검 차장검사 출신의 조재빈 변호사는 27일 SBS와 인터뷰에서 수사 뒷이야기를 전하며 이 같이 밝혔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이은해는 인천구지소 수감 당시 조주빈에게 편지를 받았다. 조 변호사는 "이은해, 조현수가 처음에 인천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N번방' 주범인 조주빈이 이은해에게 편지를 보냈다"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말고 진술을 거부하라는 취지의 조언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 녀석이 이런 짓까지 하는구나. 얘네가 굉장히 유명해졌으니까, 자기가 그 전에 유명했던 사람으로서 주제넘게 충고한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30)가 구속 후에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은해는 변호사가 선임돼 있지 않다며 조사를 거부했고, 조현수도 조사를 받았지만 불리한 진술은 거부했다"며 "이 과정에서 저희가 이은해와 조현수의 방을 압수수색했는데, 그 결과 두 사람이 조사 받은 과정을 공유하면서 입을 맞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또 "원래는 공유가 안 되는데, 두 사람은 여러 차례 구속된 적 있어서 구치소 시스템을 잘 알았다"며 "그 공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활용해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은해(31·왼쪽)·조현수(30)가 지난 4월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이은해와 조현수는 가석방까지 생각했다. 그는 "이들은 가석방까지 생각했다. '징역 10년을 받게 될 경우, 6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자다' '나는 모범수로 빨리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무기징역이 선고될 가능성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사실상 어떻게 보면 범행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은해가 남편을 살해하기 위해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평 용소계곡은 이은해가 세팅한 장소"라면서 "이들은 피해자를 계속 수상 레저하는 곳에 데리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놀러 간 게 아니라 조현수와 이모씨가 수영을 잘하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며 "그 후 용소계곡을 데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남편이) 그 자리에서 다이빙을 강제로 하도록 한 거다. 그 밑에는 수영을 잘하는 조현수, 이모씨가 있고 튜브도 있고, 자기 부인과 부인의 친구까지 바라보고 있었다"며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뛰어내려도 반드시 그 사람들이 구해줄 거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펼쳐진 상황은 반대였다. 조 변호사는 "이은해는 같이 있던 최모씨와 현장을 이탈했다"며 "전문가에 따르면 (피해자가) 1~2분 동안 도와달라고 했지만 조현수는 구해주지 않았고 피해자는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규훈)는 이날 살인,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와 조현수의 혐의를 인정하고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이들이 출소할 경우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명령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의 살인을 직접(작위) 살인이 아닌 간접(부작위)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스스로 물에 뛰어내린 점을 감안, 검찰이 주장했던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에 의한 직접 살인은 무죄로 본 것이다.

한편 조주빈은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의 혐의로 징역 4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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