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중독에 화재까지 … 겨울 문턱에서 안전사고 경고음

포항·무주 등지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사고 속출
보일러 배기관·소화기 등 시설물 점검 필요

지난 9일 오후 4시54분께 전북 무주군 무풍면의 한 주택에서 가스 중독 추정 사고가 나 80대 A씨 등 5명이 숨졌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최근 기온이 떨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가스중독, 화재 등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60~70대 여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의 모텔은 지난 2014년 영업 시작 이후 가스 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현장 검증 결과 중앙난방식인 해당 모텔 방 내부에는 가스경보기가 없었고, 지하 보일러실에는 가스경보기가 있었지만 사고 당시에는 울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배관을 타고 모텔 방 천장 위 환기구로 유입된 일산화탄소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지난 9일 낮 12시16분께 해당 모텔에서 70대 여성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함께 있던 두 명은 각각 심정지와 의식 저하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0일과 11일 잇따라 숨졌다. 부검 결과 이들의 혈액 속에선 60%가 넘는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50%를 넘을 경우 건강한 성인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무주군 무풍면의 단독주택에서도 보일러에서 가스가 누출돼 5명이 사망하고 1명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이들의 몸에서는 모두 약 20~60ppm의 일산화탄소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 9일 오후 5시께 전북 무주군 무풍면의 한 주택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나 80대 A씨 등 5명이 숨지고 50대 1명이 위독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은 당시 기름보일러가 설치된 주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두 사고의 원인이 된 '일산화탄소'는 독성이 강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가 나지도 않아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수 시간 만에 목숨을 앗아갈 위험을 지니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6~2020년 동안 발생한 가스보일러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55명 중 54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나타났다.

봄과 여름 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보일러의 경우 배기관이 틀어지거나 굽어져 배기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예방을 위해선 보일러를 틀기 전 배기관 점검을 받아야 한다. 배기관이 틀어진 상태에서는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기 쉬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실외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화재 위험도 높아 소화기 점검 등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간 서울에서 10월에 발생한 화재 건수는 2254건(연평균 450.8건)으로, 대상기간 총 화재 건수 2만8266건의 8.0%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완연한 가을로 접어드는 10월에는 사소한 부주의가 실화와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화재 예방과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시민 모두의 관심과 실천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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