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서 한탕'…공포에 베팅하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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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버스 풀매수 했다. 제발 가즈아""인버스로 오늘 하루만에 월급 벌었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삼중고에 올들어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연이은 악재에 증시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수 움직임을 반대로 추종하는 상품인 인버스 및 곱버스 상품(인버스 2배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은 하락장에서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증시가 반등할 경우 그만큼 손해도 커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9월12일~10월13일) ETF 수익률 상위 20개 종목 중 19개 종목이 인버스 및 곱버스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는 곱버스상품이 6개로 조사됐다. 인버스는 지수 움직임을 반대로 추종하는 것으로 기초상품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수익을 얻는 구조다. ETF 상품 수익률 상위 대다수의 종목이 인버스 및 곱버스 상품이라는 것은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올들어 코스피지수는 30%가량 하락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3일 코스피지수는 최고 3010.77을 기록했는데, 10월13일 2162.87에 장을 마쳤다. 반면 이 기간동안 인버스 및 곱버스 ETF 상품들은 최고 80%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ETF 상품 중 최근 한 달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KODEX 200선물인버스 2X'다. 이 기간 'KODEX 200선물인버스 2X'은 17.8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로 기간을 늘려보면 수익률은 무려 77.55%에 달한다. 이어 'KOSEF 200선물인버스2X', 'ARIRANG 200선물인버스2X',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2X', 'TIGER 200선물인버스2X' 등이 2~5위를 차지했는데 최근 한 달간 평균 1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거래대금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최근 한달 간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인데, 무려 15조5280억원의 자금이 집중됐다. 거래대금 규모로 2위를 차지한 'KODEX 레버리지(코스피 2배 추종)'는 총 8조6174억원이 몰렸는데, 1위와 2위간 자금규모가 약 2배가량 벌어지는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하락장에 베팅하는건 증시 반등의 모멘텀을 좀처럼 찾기 어려워지면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를 필두로 전세계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데다, 금리인상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는 점도 증시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역시 글로벌 증시를 침체로 끌고가고 있다.

당분간 증시가 약세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버스 및 곱버스 상품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락장을 예견하고 인버스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곱버스 상품의 경우 증시가 상승할 경우 2배 이상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품들은 하락장에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High return)'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반대의 경우 투자자들이 감당해야할 손실 규모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상품의 자금 유입을 통해 ETF시장에서도 위험회피(Risk-off) 기조를 감지할 수 있다"며 "정방향 ETF에 대한 자금유출 발생과 동시에 역방향 ETF에 대한 자금흐름이 순유입세를 보이면서 증시 하락에 대한 베팅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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