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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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안팎에서 제기 중인 경기침체 우려와 관련, 침체가 없을 것이며 발생하더라도 매우 경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주장했다. 다른 지역들에 비해 미국의 경기상황이 훨씬 안정적임을 강조하며 취임 이후 경제정책의 성과라고 자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와 관련해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이성적 행위자(rational actor)'로 표현하며 그가 핵사용 선택을 통한 극단적인 핵위기를 몰고가진 않을 것이라고 역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내달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요 핵심 이슈로 거론되고 있는 경기침체 우려와 우크라이나 위기 문제에서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그동안의 효과를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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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CNN 방송의 '제이크 태퍼와의 CNN 투나잇'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경기침체를 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발생한다면 매우 경미한(slight) 침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침체가) 가능하지만 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며 "6개월마다 그들(전문가)은 향후 6개월을 전망하지만, 아직 그런 일(침체)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침체를 막기 위해) 많은 일을 했고 세계 그 어느 주요국보다 경제·정치적으로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인들이 에너지 가격 등에 대해 걱정할만한 이유가 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으로 약값을 줄이고 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했다"고 취임 이후 경제정책을 자찬했다.
그러나 미국 안팎에서는 내년부터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이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발표를 통해 세계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물가상승이 가팔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1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발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세계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4.7%에서 올해 8.8%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오랜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IMF는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경로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린차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보다 가속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통화 정상화의 길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현 시점에서 우리의 예상보다 어려울 수 있다"며 유럽의 에너지 위기, 달러 강세 여파 등을 향후 우려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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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이성적인 인물이라는 표현을 쓰며 극단적인 핵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핵사용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그가 자신의 능력을 매우 오판했지만, ‘이성적인 행위자(rational actor)’라고 생각한다"며 "푸틴은 전쟁 개시 결정을 내린 직후 연설에서 모든 러시아어 사용자를 통합하는 러시아 지도자가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말했었다. 그것은 비합리적인 생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굴복할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이 잘못 생각했다"며 "푸틴의 목적은 합리적이지 않았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하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없는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러시아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의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와 만남은 푸틴 대통령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오판을 지적했음에도 이성적이라고 칭한 이유는 일단 푸틴 대통령이 극단적인 핵사용 지시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감과 희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핵사용시 미국과 서방의 직접 개입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푸틴 대통령에게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의 핵위협에 대해 ‘아마겟돈(성경에서 묘사된 인류 최후의 전쟁)’이란 격한 표현까지 동원하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후 백악관에서 러시아의 실제 핵위협 징후는 아직 없다고 밝혔음에도 핵전쟁 우려가 크게 확산되며 전세계 경제와 금융부문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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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도 대규모 석유 감산조치를 발표한 사우디에 대해서는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사우디간 관계를 '재검토(Rethink)'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이미 그 과정에 있으며 의회에서도 해야할 일이 있다. 그들이 러시아를 도운 것에 대해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기 전에 이미 백악관은 직접적으로 사우디의 감산결정에 바이든 행정부가 크게 실망했으며, 관계 재검토에 나설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앞서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양자 관계를 재평가하고 그것이 필요한 지점에 있는지, 우리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감산 결정에 실망했고, 향후 사우디와 관계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 지에 대해 의회와 공조하고 싶어한다. 많은 의원이 우려를 표명한 것을 알고 있지만, 대통령이 곧 (의회와)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OPEC+ 감산 발표 며칠 전 미국 정부 관리들은 사우디와 주요 산유국 대표들에게 다음 회의로 감산 결정을 미뤄달라는 긴급 요청을 전달했다. 그러나 사우디 등으로부터 "안된다(No)"는 단호한 답변을 받았으며, 해당 결정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은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