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컵커피'로 1300억원대 매출 올리는 서울에프엔비

[르포]유제품 음료 하루 90만개 생산하는 서울에프엔비 원주공장 가보니

서울에프엔비 원주공장 전경.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지난 6일 찾은 강원 원주시 기업도시. 신도시 아파트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여우박골산자락에 축구장 약 5개 규모(3만6398㎡)의 서울에프엔비 원주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공장은 서울에프엔비가 생산 전 과정을 스마트팩토리로 구축해 2020년 첫 가동한 곳으로 다양한 유형의 유음료를 하루 약 60만~90만개씩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박현정 서울에프엔비 원주공장장은 "하루 약 5~6시간씩 청소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생산설비는 풀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서울에프엔비는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컵커피를 비롯해 두유·냉장주스·건강기능식품 등 450여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유음료 생산기업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비롯해 제조업자브랜드개발생산(OBM) 역량까지 갖췄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빙그레, 코카콜라, 이마트, 홈플러스 등 80여곳이 서울에프엔비의 고객사다.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에어샤워를 마친 후 생산시설로 들어서자 국내 단백질식품 1위 기업인 A사의 유명 단백질 음료가 컨베이어벨트에 분주히 올라타고 있다. 생산라인 초입에서는 음료를 담는 용기가 쫙 펴진 상태로 쌓여있다. 이 용기가 설비로 들어가면 자동으로 음료통 형태로 조립된다. 이후 살균처리를 위해 과산화수소 증기를 분사한 뒤 음료가 담긴다. 용기 입구를 밀봉한 뒤 유통기한을 찍고 빨대를 부착하면 생산 과정은 끝난다. 안필순 서울에프엔비 생산관리본부 이사는 "음료 생산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 방식"이라며 "용기에 음료가 제대로 담겼는지, 박스로 포장하는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센서로 꼼꼼히 검수한 뒤 출하장으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서울에프엔비의 스마트팩토리는 고도화 1단계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시한 기준으로 스마트팩토리 구축 단계는 기초단계와 1·2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서는 실시간 수집·분석 기능을 수행해야 하고 2단계에서는 실시간 제어 기능을 갖춰야 한다. 서울에프엔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고도화 1단계를 마무리하고 2단계로 도약할 계획"이라며 "생산 자동화뿐 아니라 잘못된 원료가 투입되거나 잘못된 제품이 다음 공정으로 가지 않고 완전한 제품만 생산되게 하는 게 고도화의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배낭여행 뒤 서울에프엔비 설립…"이노비즈인증 도움 커"

오덕근 서울에프엔비 대표가 원주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오덕근 서울에프엔비 대표는 국내 최초로 저온살균 우유를 도입한 파스퇴르유업의 창립멤버다. 하지만 1998년 1월 외환위기로 파스퇴르가 부도나자 10년 6개월의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오 대표는 무작정 배낭을 메고 유제품의 본고장 덴마크로 떠났다. 오 대표는 10개월간 유럽 곳곳을 돌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했다. 오 대표는 "덴마크에서는 젖소만 보이고 그리스에서는 치즈에만 관심이 가는 등 여행 내내 유제품에만 몰두해 있었다"면서 "한국으로 돌아오니 웰빙바람이 불고있어 2005년 서울에프엔비를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사업 초기 외부 컨설팅을 전혀 받지 않고 공장 생산라인까지 직접 설계했다. 오 대표는 "3억8000만원의 종잣돈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자재를 구입해 용접공을 직접 데려다가 공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회사가 커진 만큼 큰 그림만 제시해주면 유능한 인력들이 알아서 해준다"면서 "스마트팩토리 구축도 외부 도움 없이 우리가 직접 설계했다"고 자랑했다.

오 대표는 신생기업 시절 사업 확장을 위해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회사 규모가 작고 담보물이 없다는 이유로 은행 곳곳에서 퇴짜를 맞았다. 하지만 매출 약 300억원을 달성하고 2012년 6월 '이노비즈인증'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노비즈 인증이란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선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이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오 대표는 "이노비즈인증 덕에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었다"면서 "과거엔 기술만 가지고는 대출이 잘 안나왔지만 최근엔 사정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기업이 이노비즈인증과 같은 제도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025년 기업공개(IPO) 도전

안필순 서울에프엔비 생산관리본부 이사가 제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에프엔비는 지난해 기준 매출 1365억원에 영업이익 53억원, 직원수 450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전체 매출의 40%는 자사브랜드인 OBM, 나머지는 OEM·ODM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중국·캐나다·태국 등 10여국에도 수출한다.

오 대표는 2025년께 서울에프엔비를 상장시킬 계획이다. 오 대표는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 3곳으로부터 견적을 받고 있는데 서로 하겠다고 할 정도로 회사 사정은 안정적"이라며 "회사 매출이 약 4000억원 정도까지 커지고 직원 임금이 대기업의 90% 수준까지 맞춰졌을 때 상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상장의 과실도 직원들과 나눌 계획이다. 그는 "상장 이후 우리 회사에서 오래 고생한 직원들을 선정해 10년에 걸쳐 특별 보너스를 지급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직원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중기벤처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