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기자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삼성전자 ETF, 애플 ETF."
자산운용사들이 단일종목을 주요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다. 표면적으로는 채권혼합형 ETF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 자산의 30%는 삼성전자, 애플, 테슬라 등 한 종목만 담은 ETF다. 연금 계좌를 통해 담으면 연금 자산의 주식 비중을 79%까지 높일 수 있어 '한 종목 바라기' 성향을 가진 투자자에게는 적절한 장기 투자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6대 자산운용사들은 단일종목 ETF를 출시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전 자산의 30%를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ETF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테슬라 ETF'를, 한화자산운용은 '애플 ETF',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엔비디아 ETF'를 낼 예정이다.
KB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은 소수 종목 ETF를 준비 중이다. KB자산운용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등 삼성그룹 주를 담을 예정이며, 신한자산운용은 미국 나스닥, S&P500에 속한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을 낼 예정이다.
기존 혼합형 ETF의 경우 자산 유형 구분 없이 합쳐서 총 10종목만 채우면 되는 식으로 규제가 풀리면서, 주식 한 종목과 채권 9종목을 담은 단일 종목 ETF의 상장이 가능해진 결과다.
정승호 ETF운용부문 ETF운용팀 매니저는 "테슬라 주식과 안정적인 국채 조합의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해당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상품에 투자하면 연금 계좌 내 원하는 종목의 주식 비중을 최대한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단일종목 ETF는 주식 비중이 40% 미만으로, 안전자산으로 구분된다. 이에 따라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연금 계좌 내 70%를 주식형 상품 등 위험자산으로 담고 남은 30%를 단일종목 ETF로 담을 경우 계좌 내 주식 비중을 79%까지 높일 수 있다. '매달 10만원씩 삼성전자 매입하기'와 같은 장기 투자 전략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금 계좌를 통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 ETF 마케팅본부장은 "우리나라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해외주식(엔비디아)을 채권혼합형 상품으로 만들어, 연금 계좌 내 주식 비중을 높일 수 있다"라며 "연금계좌를 통해 해당 종목에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일종목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다고 해도 단일종목 ETF의 수익률까지 크게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단점이다. 전체 자산의 약 30%만을 단일 종목으로 담고 있어서다. 각 상품의 구조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예를 들어 단일종목의 주가가 10% 상승했다고 하면 단일종목 ETF 전체 자산의 30% 중 10%가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일 종목을 주식으로 샀다면 10%의 상승률을 다 수익 전환할 수 있겠지만 ETF의 경우 이보다 낮은 수준의 수익을 거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반대로 보면 각 종목의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단일종목 ETF는 투자자가 원하는 종목을 선명하게 선택할 수 있으며, 주식 비중이 높지 않아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단일종목 ETF는 현재 거래소 상장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늦어도 연내에는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