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필기자
공병선기자
오규민기자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공병선 기자, 오규민 기자] 그러니까 이건 삶의 질과 직결된 얘기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의약품 복용량 설명서나 각종 서비스 약관을 비롯한 일상적인 문서 이해가 불가능하다. 지도를 보거나,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다시 말해 일상생활에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문해력이 높을수록 생활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해력이 가장 낮은 단계인 '수준 1'로 분류된 시민들은 64.5%만이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수준 2' 포함 집단이 65.9%, '수준 3'이 75.1%, '수준 4'가 82%로 정비례 관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글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면 생활만족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전자제품을 구매하고 설명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서비스센터에 문의해 번거로움을 겪는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이인화 가톨릭관동대 국어교육과 교수도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은 글자와 사진, 동영상, 그래프 등이 결합된 글자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도를 읽어내는 등 일상적으로 꼭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이해하는 데 힘겨워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문해력은 정치관심도 영역에서도 상관관계를 보였다. 성인문해능력조사에서 수준 1에 속한 집단의 정치관심도는 23.3%인 반면, 수준 4 이상은 50.9%에 달했다. 특히 정치는 최근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한 국가의 국민 생각과 감정이 적대세력에 '조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분야다. 온라인상 정보의 진위를 제대로 파악할 문해력이 부족하다면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고 결국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 같은 사회적 갈등으로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최대 2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웅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보수나 진보 진영에서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가짜뉴스에 의존하는 것도 문해력 부족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보수 또는 진보로 갈리는 정치 문제로 봐야 할 게 아니라 문해력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문해력이 좋으면 풀릴 문제들이 얼마든지 많은데, 그렇지 않다 보니 과격한 단어 몇 개에 매몰돼 싸움으로 번지곤 한다"며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소통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문해력 부족"이라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