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맛집'된 원조 플래그십 PB…하나은행 클럽원 삼성 가보니

[플래그십 PB센터 견문록②] 하나은행 클럽원(Club1) 삼성

편집자주고자산가를 위한 은행권의 플래그십 프라이빗뱅킹(PB) 센터 경쟁이 본격화됐다. 전통의 PB 강자인 하나은행이 강남구 삼성동, 용산구 한남동에 잇따라 클럽1(Club1) 1·2호 센터를 낸 가운데 KB국민은행은 서울 시내 대표적 부촌(富村)인 강남구 압구정동에 플래그십을 표방하는 ‘KB 골드 앤 와이즈 더 퍼스트(GOLD&WISE the FIRST)’를 선보였다. 올 초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한 PWM 패밀리오피스(SFC)’를 선보인 신한은행도 내년 또는 내후년 개점을 목표로 압구정에 신개념 PB센터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평균잔액 10억원 이상 고객을 위한 ‘투체어스 익스클루시브(TCE·Two Chairs Exclusive)’ 센터를 확장 중이다. 은행권이 플래그십 PB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은 지난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자산 가격 상승 흐름으로 전통적인 부유층은 물론 가상자산 등으로 부를 쌓은 영리치(young rich)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2021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부자’들은 지난 2020년 기준 39만3000여명으로 5년 전 대비 45%나 늘었다. 특히 부자들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 2618조원 중 300억원 이상 초고자산가 7800명(2.0%)이 보유한 자산은 1204조원,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고자산가 2만8000여명(7.2%)이 보유한 자산은 489조원에 달한다. 각 은행이 플래그십 PB센터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그간 PB 사업을 진행해 오면서 신흥부유층인 이른바 영리치들은 비슷한 부의 원천을 가진 사람 간의 네트워킹에 대한 니즈(needs)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젊고 능동적인 만큼, PB센터가 이들을 위한 '저(低) 관여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단 결론에 도달했죠."

국내 플래그십 PB센터의 원조(元祖) 격인 하나은행 클럽원(Club1) 삼성센터가 '커뮤니티 맛집'으로 부상하고 있다. 맞춤형 커뮤니티를 제공함으로써 가상자산 등 지난 수년간 자산시장 활성화로 신흥 부유층이 된 영리치들의 상호관계 니즈를 충족시키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고객으로 맞아들이고 있다.

지난 4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하나은행 클럽원(Club1) 삼성센터는 외관부터 은행답지 않은 독특함이 느껴졌다. 비교적 딱딱한 은행 영업점의 외관과 달리, 문어 빨판을 연상케 하는 외관은 마치 전시장이나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느낌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예정지 바로 옆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클럽원 삼성센터는 은행권 플래그십 PB센터의 원조 격이다. 평잔 30억원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타 은행들이 PB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2017년 문을 연 이 센터의 고객 자산은 여전히 국내 최상위권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엔 금융자산 30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 서비스도 내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 은행이 플래그십 구축하기 전 삼성 센터를 들러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도서관·파티룸…네트워크 맛집 된 PB센터

건물에 들어선 후 처음으로 만난 PB센터 공간은 6층에 위치한 '메이비 라이브러리(Maybe Library)' 였다. 이름 그대로 도서관처럼 이 공간엔 약 3000권의 장서와 의자, 소파 등이 비치됐다. 평일엔 저녁 시간, 주말엔 낮 동안 실제 사서(司書)가 근무한다. 일견 PB센터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이 곳은 비단 PB센터 고객만이 아니라 시민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이다. 이 건물 지하에도 시민들이 전시, 세미나는 물론 심지어는 낮잠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김영훈 하나은행 클럽원 PB센터장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으로 운용 중"이라며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와서 공부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 계약부터 소규모 기업의 주주총회까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건물 곳곳엔 PB센터 고객을 위한 시설이 숨어있다. 실제 PB들이 근무·상담하는 상담실은 물론, 고객들이 다도(茶道)를 배울 수 있는 공간도 배치됐다. 또 한쪽엔 PB센터 고객들이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감상실도 위치했다. 이 홈시어터 시설은 독일 악기 회사인 '스테인웨이 앤드 선즈(Steinway & Sons)'와 손잡고 마련했다고 한다.

5층엔 각종 강연, 세미나, 파티 등을 자유롭게 열 수 있도록 한, 펍(pub) 같은 공간인 '레이브(rave)'가 눈에 띄었다. 그 옆엔 PB고객들이 와인 등 각종 주류를 보관하는 와인셀러룸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공간은 주류 보관을 위해 항상 18.3℃로 유지된다. 철망엔 와인, 위스키 종류가 대다수였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는(?) 소주도 눈에 띄었다. 센터 관계자는 "처음엔 와인으로 시작하지만, 끝은 소주로 봐야 하는 분들이 있지 않으냐"라며 웃었다.

"영리치들에게 클럽원이 자부심이 되도록 할 것"

통상 '초호화판'일 것이란 선입견이 강한 PB센터의 상당 부분을 '공유' 공간으로 꾸민 것은 PB 계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부상한 영리치들 때문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특정 은행과 거래했거나 가족 단위로 묶여 있는 전통 부유층과 달리 서비스에 따라 이동이 자유롭고, PB센터에 요구하는 바 역시 다른 편이다.

김 센터장은 "전통 부유층의 경우 PB센터를 통해 자녀의 혼사부터 인맥 형성까지 전반을 요구하지만, 영리치들은 능동적인 성향이 강하다"라며 "특히 영리치들은 투자나 문화생활 등 '배움'에 대한 요구가 큰 만큼 이를 측면에서 돕는 저관여 커뮤니티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실제 클럽원 삼성센터에서 형성 중인 영리치들의 커뮤니티는 멤버 숫자가 많아도 10명을 넘지 않는다. 개별 PB들이 고객 특성을 고려해 추천한 5~6명으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가상자산으로 부유층 반열에 오른 한 모임을 예로 들면, 이들은 이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부동산, 투자이민, 세무 등에 대해 스터디 하는 것은 물론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교류한다.

하나은행은 플래그십 PB센터의 원조 격인 삼성센터를 커뮤니티 맛집으로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향후에도 고객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며, 특히 초고자산가인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 고객을 위한 전용 공간을 구축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클럽원이 고객들에게 커뮤니티 맛집으로 인정받고, '다른 PB센터와 다르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