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 7월 헌법재판소는 의료법 제27조 1항에 의거해 '타투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는 대법원 판단에 한 번 더 손을 들어줬다. 헌법소원을 냈던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다시 절망했다. 그는 타투를 시술했다는 이유로 신고를 당해 지난해 12월 1심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이대로라면 그는 전과자가 된다. 김 지회장은 "오는 10월 열리는 2심서 나의 타투 시술이 불법이었는지 판단한다"며 "문화적 소양이 떨어지는 헌법재판소 때문에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헌재는 두 차례나 '타투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에 대해 판단했다. 두 번 모두 헌재는 의료행위가 맞다고 봤다. 바늘로 피부에 상처를 내고 색소를 넣는 방식이 위험하다는 약 25년 전 논리를 가져온 것이다. 헌재는 1996년 4월25일, 문신시술행위는 피시술자의 생명, 신체 또는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타투이스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위생을 지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020년 타투유니온과 녹색병원은 협업을 통해 '타투이스트 감염관리'라는 지침을 마련했다. 오히려 의사 면허를 가진 몇 없는 타투이스트들이 해당 지침을 파악하지 못해 피시술자의 피부가 곪는 경우도 생긴다고 타투이스트들은 전했다. 그럴 때마다 피시술자들은 의사 면허를 가지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로부터 검증받은 유명 타투이스트들을 찾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아울러 헌재는 타투 자격증 등 제도를 만들면 상당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지난 7월 김 지회장과 함께 헌법소원에 참여했던 곽예람 변호사는 "헌법재판관들은 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소원을 제기한 내용만 다루지 않고 사회적·경제적 비용 등까지 고려한 논리를 내놓았다"며 "다른 논리를 끌고 와 판단을 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는 동안 최소 8명의 타투이스트들은 징역에 살 위기에 처해 있다. 타투유니온에 따르면 단체 소속 타투이스트 8명이 현재 1심이나 2심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그 다음 재판을 이어가고 있거나 1심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헌재가 새로운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올해 두 차례나 실망감을 안겨 준 셈이다. 타투유니온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같은 혐의로 징역을 살았거나 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에도 의료 면허 없이 타투 시술을 한 A씨는 10개월 동안 영리 목적으로 타투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지회장은 헌재의 판단에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젠 한국 말고 타투를 불법으로 취급하는 국가가 없는데 아직 헌법재판관들은 타투를 조폭들이나 하는 행위라고 본다는 것이다. 김 지회장은 "지금까지 한국 사법부의 논리를 제공했던 일본도 2020년에 타투를 합법화했다"며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 타투이스트들은 헌재가 조만간 새로운 판단을 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보였다. 올해 두 번의 판단 모두 5대4로 갈리는 등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3월, 7월 모두 이석태·이영진·김기영·이미선 헌법재판관들은 "문신 시술은 치료 목적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와 구분된다"며 "사회적 인식 변화로 타투 수요가 증가해 새로운 관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곽 변호사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논리를 뒤집어서 보자면 사회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영역이 타투 시장이라는 것"이라며 "국회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헌재가 언급한 것이라고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