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표기자
노경조기자
류태민기자
황서율기자
정부가 부동산 규제완화 요구에 부응하는 수준의 ‘규제지역 해제’ 조치를 내놨지만 정작 시장은 방황하는 모습이다. 규제완화 수혜지역을 찾아나서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질 않는다. 일단 규제완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완화가 오히려 지방 부동산의 장기침체를 정부가 인증한 것이란 탄식마저 나온다.
◇새 정부 들어 가시적인 규제완화 조치=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세종시를 제외한 전 지방 전역에 대한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하기로 했다. 수도권에서는 하락세가 가파른 인천의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되 조정대상지역은 유지한다. 아울러 동두천·양주·파주·평택·안성 등 5곳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다. 서울은 현행 규제지역이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21일 제3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와 제61차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 ‘2022년 9월 주택투기지역(지정지역) 해제(안)’를 심의·의결했다. 이번에 의결된 내용은 관보 게재가 완료되는 9월26일(월)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경기도 양주, 동두천,파주시, 부산시와 경남 창원시 등 앞서 규제지역으로 묶여있던 지방자치단체들은 제3차 주정심 개최를 앞두고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해왔다. 세종을 제외한 지방 전역에 대한 규제완화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조치로 평가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규제지역 조정은 새 정부 들어서 실행된 가장 가시적인 규모의 규제완화"라면서 "정부가 공언했던 시장정상화의 측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쎄요…" 집값 반등 기대감은 실종= 시장은 비교적 잠잠한 모습이다. 파주시 야당동(운정신도시) G공인 대표는 "아무래도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이전보다는 거래가 늘겠지만 큰 기대는 없다"며 "최근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는 분위기다보니까 큰 호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답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규제완화 조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번 심의에서 수도권 일부 지역을 비롯해 지방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렸지만 집값 급등 부담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경기 위축 여파로 매수세 회복이 쉽지 않아 집값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경기침체 우려 등도 향후 부동산시장에 먹구름을 예고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9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47.7로 전월(69.6)보다 21.9포인트 급락했다. 연구원은 "전국과 지역별 입주전망지수 모두 조사 이래 최저치"라며 "단기간 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와 대출 비용 부담 증가,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부동산 거래절벽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 해제해도 집값 반등없다" 일축= 파격적인 규제완화에는 정부의 계산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라는 명분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되, 현재의 집값 하향추세는 거스르지 않는 수준에서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앞서 6월 지방 일부 지역에 대한 규제를 해제한 바 있고, 해당 지역 모니터링을 계속한 결과 가격이나 흐름 모두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민간통계로도 확인된다. 정부는 앞서 6월 2차 주정심에서 대구 수성구와 대전 유성구, 경남 창원 의창구 등 6곳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KB부동산 주간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2차 주정심 이후 지난주까지 약 3개월간 이들 지역의 집값은 하락하거나 보합을 기록했다. 대구 수성구는 0.88%, 대전 유성구 2.19% 하락했고, 의창구도 0.16% 오르는 수준이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던 대구 달서구는 2.25%, 전남 순천시는 0.67% 하락했다. 실제로 규제 완화가 곧장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던 셈이다.
이번 3차 규제지역 완화의 결과도 2차 해제 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수자의 입장에선 규제지역 해제로 인한 매입 의지가 높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수도권보다 지방에 집중된 데다 매매가 상승이 정체된 상황 속에서 높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을 고려치 않고 주택을 구입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규제지역 해제가 되레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 조정기에 규제가 해제된 곳들은 앞으로 가격 반등이 어려운 지역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며 "해당 지역에서 거래가 활성화하더라도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다면 오히려 추가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