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탈중국 실험…다이킨공업, 中부품없는 에어컨 만든다

코로나봉쇄·미중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중국산 부품없이 제품 생산 가능 공급망 구축
거래처에 중국외 국가서 부품 생산 요구

일본의 에어컨 제조업체 다이킨 공업 [이미지 출처=다이킨 공업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원가 절감을 이유로 중국에 생산 거점을 뒀던 일본 제조업 기업들이 최근 들어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이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가중된 공급망 불안과 미·중 분쟁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21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의 에어컨 제조업체 다이킨공업은 내년 안에 유사시 중국산 부품이 없어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여러 국가에 부품 공급망을 분산 구축하거나 내재화할 방침이다.

우선 에너지 절약과 같은 제품의 핵심 기능과 관련된 부품은 일본 국내 기업들을 통해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거래처에는 중국 외 국가에서 부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공장 신설을 요구할 계획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되던 프린트 기판은 일본 시가현과 말레이시아에서도 조달할 수 있도록 복수의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에어컨 모터 역시 중국 외의 국가에서 생산하는 체제로 개편한다. 공급망을 다변화할 경우 조달 비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지만, 각국의 생산 거점과 재고 정보를 공유하거나 대체 품목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다이킨 공업이 탈 중국 행보에 나선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공급망 불안으로 제품 생산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다이킨 공업은 2020년 35%에 달했던 중국 부품 의존도를 지난해 20%까지 줄였음에도 중국 정부의 상하이 봉쇄 여파로 핵심 부품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다이킨 공업 외에도 현재 일본에서는 탈 중국을 모색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데이터 조사 업체인 ‘제국 데이터 뱅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중국에 진출한 일본 업체 수는 1만 2706개로 전년 대비 940개가 줄어들었다. 중국의 상하이 봉쇄 조치로 차량 생산에 타격을 입은 일본의 마쓰다 자동차 역시 중국 부품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해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일본 기업들의 유연한 공급망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와세다대학교의 후지모토 타카히로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에 "일본 기업들이 평상시에는 공급망의 경제성을 우위에 두다가 유사시에는 여러 국가를 통해 대체 품목을 생산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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