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5개월만에 열린 '망 사용료' 공청회…찬반 평행선

통신사-콘텐츠사 힘 불균형 속
입법 통해 시장 실패 해결 취지

반대 측 "전세계 소통 어려워질 것"
찬성 측 "시장질서 흔드는 일부 CP만 규제"

20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에서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br /> 오른쪽부터 최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들의 망 무임승차를 막는 일명 '망 무임승차 방지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관련 국회 공청회가 20일 개최됐다. 통신사업자·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힘의 불균형 속 망 투자 비용 분담 문제가 전 세계적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입법을 통한 해결 가능성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반면 CP 측에서는 이번 법안이 '통신사 배불리기'라는 주장과 함께 국내 CP들의 발목을 잡고 인터넷 세계의 연결성을 훼손시키는 법안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과방위 더민주 의원들 입법 공청회 개최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오전 전체회의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망 무임승차 방지법 입법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여야 합의 부족으로 준비가 부족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후 공청회가 다시 열릴 경우 참석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의 망이용계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비롯해 7건의 유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칭한다. 상반기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의안의 중대성과 복잡성을 이유로 공청회 등 추가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결론과 함께 법안 의결을 보류한 바 있다. 국회 여야 대립 속 과방위가 파행을 거듭하는 사이 공청회도 5개월만에 '반쪽' 모양새로 열리게 됐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ISP) 측 패널로는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과 최경진 가천대 교수가 나섰다. 넷플릭스 등 CP를 대변할 대리인으로는 박경신 고려대 교수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반대 측 "전 세계 소통 어려워질 것…디지털 쇄국"

20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에서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br /> 오른쪽부터 최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공청회 CP 측 진술인인 박경신 교수는 인터넷의 상품 특성상 인터넷 접속료만 받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업자들이 CP들에 망 이용대가를 별도로 받을 경우 전 세계 소통이 어려워지고 상호협력 정신이 깨지는 부정적 결말을 초래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CP 전송량이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이용대가를 받는 것은 '장사가 잘되는 집에서 추가로 돈을 달라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인터넷은 전 세계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전화처럼 전달료를 주고받게 되면 시스템이 무너진다"면서 "빛이 거울에 반사된다고 해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신호가 광케이블을 지난다고 해서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ISP는 CP로부터) 인터넷 접속료만 접속 용량에 비춰 받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망 이용대가 법안은 '정당한 대가'라는 미사여구로 돼 있지만, 디지털 젠트리피케이션이나 디지털 쇄국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플랫폼을 유지해서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고 자기 콘텐츠를 올려 생업을 이어가는 운동가, 시민들을 위해서 이 발언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업계를 대변해 참석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이번 법안에 앞서 국내 망 이용대가 계약 현황 조사가 '선결 과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사와 CP 간 계약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통신사 협상력을 높이는 이번 법안이 스타트업을 옥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에 따르면, 네이버가 망 이용대가로 700억원 이상, 중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왓챠가 70억원 이상을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다. 막대한 트래픽 차이에도 10대1 비율이 왓챠에 과도하게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최성진 대표는 "통신사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높은 망 비용대가를 내고 있고 초대형 CP보다는 스타트업들이 훨씬 더 큰 비용 내고 있다"며 "망 중립성을 넘어 망 공공성이라는 공공재 원칙에 입각해서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망 이용대가를 의무화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무조건 국내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통신사와 접속계약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향후 우리나라가 글로벌 콘텐츠 제공한다고 할 때 동일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망 품질 관리 측면의 입법 취지에 대해선 동의했지만, 입법 선례 상 국내 사업자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찬성 측 "시장 협상력 남용하는 일부 초대형 CP만 규제"

반대로 ISP 측 진술인으로 나선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은 글로벌 CP와 ISP 간 협상력의 불균형으로 인한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법안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월적 시장 협상력을 남용하는 일부의 초대형 CP들만 규제하는 만큼, 우리나라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윤 실장은 "최근 10년간 인터넷 비용 패턴은 OTT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급증으로 영상과 미디어 등이 무선 트래픽의 82%를 차지하게 됐다"며 "국내 일일 평균 트래픽의 41%를 구글·메타·네이버·카카오 등 상위 5개 사업자가 차지하면서 증설 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 33%를 점유하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국내 거래 질서를 흔들고 있다"며 "무임승차를 방치할 경우 목초가 황무지가 되는 '공유지의 비극'과 함께 인터넷 생태계 황폐화, 국내 CP 역차별 지속, 통신망 고도화 어려움에 따른 통신 인프라 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최경진 교수는 인터넷 관련 담론 중에서도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네트워크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논의의 범주를 구체화했다. 가령 부동산처럼 인터넷망 자체 역시 경우에 따라 유상일 수도, 무상일 수도 있지만, 개별 네트워크 요소 측면에 집중해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인터넷은 누구의 것도 아니고 모두의 것이지만, 개별 단위 요소로서의 구체적 네트워크는 결국 누군가 구축·운영·관리를 책임져야 한다"면서"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으로도 기간통신사업자가 제공방식이나 가격, 내용 등을 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망 중립성 원칙을 지지하지만, 이는 'ISP가 모든 이용자를 동일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보는 것은 ISP-CP 사업자 간의 문제로, 소수 CP가 과도한 트래픽 차지로 ISP 침해라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콘텐츠 산업과 바람직한 망이용 정책 방향 토론회'를 개최, 과방위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과방위-문체위 간 엇박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헌 의원은 "미국 정부는 우리 망 사용료 법안이 '사실상 우리나라가 미국 기업에 세금을 매겨 국내 통신사에 이득을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법안 통과에 따른 콘텐츠 업계 피해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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