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민기자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보험금 타내려 교통사고를 가장해 만삭인 캄보디아 아내를 살해한 혐의 받았다 무죄가 확정된 남편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재판에서 승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9단독 김선희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이모씨(52)가 농협생명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 농협생명보험은 이씨에게 약 3481만6410원을, 이씨의 딸에게 2400만원을 가납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6월 1심 선고 예정이었지만 사고 발생 몇 달 전 보험 명의가 아내에서 남편으로 바뀐 것에 대해 양 측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변론이 재개됐고 지난달 12일 변론이 종결됐다.
보험금 청구 소송의 시작은 이씨가 받은 살해 혐의가 무죄로 확정됨에 따라 재개됐다. 이씨는 2014년 8월께 아내 A씨를 태우고 승합차를 운전해 고속도로를 달리다 갓길에 세워진 화물차와 추돌했다. 이 사고로 B씨는 사망했다.
당시 검찰은 보험금 액수와 보험료를 고려해 이씨가 A씨의 보험금을 노린 살인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살인 혐의를 유죄로 보고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는 무죄 취지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은 유죄라는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결국 이씨는 살인 무죄, 특례법 위반 혐의로 인한 금고 2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이씨는 지난 2016년부터 보험사를 대상으로 A씨가 피보험자로 체결된 계약의 사망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렇게 체결한 보험이 총 33개이며 보험금은 약 95억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최근 다른 보험사들에게 제기한 5번의 소송에서 3번 승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한국어 실력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서 상 용어들과 계약 내용이 A씨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계약의 무효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내가 혼인 후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해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