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락기’를 떠올리게 하는 불안한 신호들

대출 잔액 기준 다중채무 비중 31.9%전국 전셋집 전세가율 평균 90.9%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냉각되면서 집값 하락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종 경제지표를 근거로 외환위기(1998년)나 금융위기(2008년) 때처럼 '하우스푸어'가 등장하는 등 부동산 대폭락 시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가계부채

서울 시내 시중은행 창구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실제로 각종 경제지표는 불안한 상황이다. 21일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19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28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3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가계부채다. 이미 가계부채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금융 불안정성, 장기 균형선 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의 평균 가계 금융 불균형 정도는 78.5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위기(2007년 3분기∼2009년 3분기) 당시 가계 불균형 수준인 75.4포인트보다 3.1포인트 높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7년 2분기∼1999년 1분기) 당시(52.5포인트)와 비교하면 26.0포인트 높은 수치다.

금융 불균형이란 가계·기업 부채 수준이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한 실물경제 수준과 비교해 얼마나 과도하게 늘었는지를 의미한다.

실제로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이 2012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자 중 22.4%가 다중채무자다. 지난해 말(22.1%)보다 0.3%포인트(P) 늘었고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대출자 수가 아닌 대출 잔액 기준으로 따지면 다중채무 비중은 31.9%다.

전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 하락

불안한 경제 상황은 부동산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매수심리가 3개월 연속으로 떨어지며 약 2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3으로 지난주(90.1)보다 0.8포인트(p)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주택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매수심리 하락은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의 가격 내림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9% 하락해 전주(-0.08%)보다 낙폭을 확대했다. 2019년 3월 25일(-0.09%) 조사 이후 3년4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중 상승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에서 마지막까지 상승·보합세로 버텼던 서초구(-0.01%)는 25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2021~2022 전국 공동주택 단지별 전세가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10일까지 거래된 전국 전셋집의 전세가율은 평균 90.9%다.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단지는 전체 거래의 37%에 육박했다.

전세가율은 전셋값을 매매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가율이 80% 이상이면 임차인이 계약 만료 시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깡통전세' 위험이 크다고 본다.

실제 서울에서는 아파트를 제외한 빌라(연립·다세대)에서 전세가율 90% 이상의 거래가 다수 포착됐다.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 신축 빌라의 전세 거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전체 전세 거래(3858)의 21.1%(815건)가 전세가율 90%를 초과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7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건수)은 872억원(421건)으로, 금액과 건수 모두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최다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340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512억원과 하반기(7∼12월) 3278억원을 모두 넘어서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12월 742억원(326건)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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