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유출될 지도'…대만 TSMC 품는 日규슈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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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짓자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반도체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 '러브콜'을 보내 유치한 시설이지만 이로 인해 규슈 인근 제조업체들은 인력을 뺏기게 생겼다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7~9일 '실리콘 아일랜드 쟁탈 1200명'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통해 TSMC의 구마모토 진출이 규슈 인재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규슈는 1980년대 일본 반도체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반도체 중심지로 실리콘 아일랜드라고 불렸던 곳이다. TSMC는 올해 착공하는 구마모토 공장에서 2024년 말부터 22~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TSMC 고액 연봉에…"인재 유출 우려"

보도에 따르면 TSMC는 공장 가동을 위해 12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TSMC와 일본 소니가 합작해 만든 구마모토 공장 담당 자회사 JASM은 올해 봄 홈페이지에 엔지니어 모집요강을 게재했다. 여기에는 내년 봄 입사 예정인 대졸자의 초임이 28만엔(약 265만원), 석사 수료시 32만엔, 박사 수료시 36만엔으로 적혀있었다. 구마모토현이 지난해 4월 종업원 50명 이상의 19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지 대졸 기술자의 초임은 평균 19만4443엔,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20만9730엔으로 TSMC에 비하면 9만엔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는 "모집요강을 본 규슈 반도체 관련 기업들에서 일제히 한숨이 새어나왔다"면서 "제조장치를 다루는 다른 기업들이 구마모토현 외에서 인재를 스카우트 해오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인재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반도체 제조장치용 부자재를 만드는 한 공장장은 "인재를 확보하기는커녕 유출될 염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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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당국이 정리한 직종별 데이터에 따르면 구마모토현의 반도체 제조 관련 직종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실제 일자리 수)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2020년 0.56배로 침체됐지만 TSMC의 진출이 결정된 지난해에는 3.33배로 대폭 확대됐다. 구마모토현 관계자는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 측에서는 지원이 적어 당분간 채용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수의 인재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외국인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되지만 반도체 산업 자체가 기술 유출 우려로 외국인 인력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전문용어가 많아 능통한 일본어로 긴밀한 소통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인력, 없다면 키우자…대학·고교 과정 강화

반도체 현장에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일본 규슈 내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채용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TSMC는 지난 2월 키타큐슈 내 규슈공업대학에서 인재 채용을 위한 강연을 진행, 우수 인재를 데리고 가고 싶다면서 "서류 작성 업무가 적고 실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어필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기업의 채용열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현지 반도체 업계에서 "규슈는 생산규모에 비해 대학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규슈 내 대학의 경우 도호쿠대학 등에 비해 연구개발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고 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일본인 교수는 "일본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연구만 하고 싶다는 박사가 많은데 대학이 논문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에 도움되는 연구하는 박사를 더 키워야한다"면서 "그것이 반도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규슈 지역의 반도체 인재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난 1월 이 지역 내 8개 고등전문학교에 반도체 제조·개발에 관한 교육과정을 신설해 전문인력을 양성키로 했다. 교육과정은 반도체 특화 지식과 기술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며 문부과학성 등 교육 당국과 장래에 해당 인력을 활용할 반도체 개발·제조 관련 기업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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