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진기자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고유가는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직장인 왕개미(가명·42)씨는 지난해 국내 증시의 횡보장에 지쳐 상장지수펀드(ETF)로 갈아탄 뒤 속앓이를 하고있다. 연초 고공행진하던 국제유가가 주춤했던 지난 3월 유가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ETF'를 사들이며 최근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는 탓이다. 왕씨는 지난해 매수한 주식은 미국 긴축에 대비해 손실을 회복할 때마다 팔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언제가는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인버스 ETF는 추가 매수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F 수익률도 급등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ETF에 대거 투자, 두자릿 수 손실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5월3일~6월3일)간 국내 상장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로 19.43%에 달했다. 이 밖에도 'KODEX 미국S&P에너지(합성)'와 KODEX WTI원유선물(H)
TIGER 원유선물Enhanced(H)' 등 ETF 수익률 상위 10개 가운데 4개가 원유가격 상승에 베팅한 종목이었다.
반면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는 수익률이 -13.21%로, KINDEX 베트남VN30선물블룸버그레버리지(H)(-15.64%)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는 한달새 13.16% 하락하며 세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1달 동안 원유 ETF 가운데 거래대금 1위는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4400억원)였고, 'TIGER 원유선물인버스(H)(2460억원)'가 뒤를 이었다. 수익률 1위인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의 거래대금은 139억원에 그쳤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한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0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사흘만에 하락 반전해 118.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두바이유는 전거래일대비 3.16% 오른 115.66달러로, 지난 3월23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국제유가가 더 오를 수 있는 만큼 저가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유 수요 전망치가 재차 낮아질 경우 유가의 상승 압력을 일부 완화시켜줄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국의 봉쇄 완화 기조를 감안하면 수요 전망치에 큰 변화는 부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국제유가는 3분기까진 상승할 수 있으며, 최고 140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