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물가시대] 물가 숨은 뇌관 '주거비'…서민 가계부 짓누른다

금리 오르면서 이자부담 늘고 월세전환 속도
8월 전세 신규계약 쏟아지면 서민부담 커져
물가통계에도 허점…"경기에 악영향 가능성"

‘주거비’가 초고물가 시대의 숨은 뇌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년새 급등한 집값이 올해 들어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마저 커졌기 때문이다. 매달 주거비를 내야 하는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오는 8월부터는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이 종료된 전세 가구가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게 된다는 점도 서민들의 가계부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특히 주거비는 물가통계에도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관측된다.

7일 금융·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때 도입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월세와 대출 이자부담까지 급증하면서 주거비 고통이 확산하고 있다.

임대차법은 오는 8월이면 시행 2년을 맞게 돼 하반기 전세대란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계약이 늘면 그동안 규제 탓에 전셋값을 올리지 못했던 집주인들이 한번에 인상폭을 크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은 전국 평균 27.69% 올랐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서울은 하반기 새 전셋집을 구하려면 2년 전에 비해 평균 1억2650만원이 더 필요하게 된다.

매달 주거비를 내야 하는 월세계약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국토교통부 분석 결과 지난 4월 기준으로 전국의 전·월세 거래는 총 25만8118건인데 이 중 월세가 13만295건으로 절반 이상(50.4%)을 차지했다. 높은 전셋값과 기준금리 인상에 고육지책으로 월세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지만 평균 월셋값 역시 서울 기준으로 지난해 4월 97만5000원에서 올해 4월 107만5000원으로 껑충 오르는 등 상승폭이 가파르다.

문제는 이 같은 주거비 부담이 물가 통계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 봤을 때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8%대이고 한국은 5%대여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지수는 자가주거비를 포함하지 않아 집값상승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은 생활비가 늘지 않았으니 통계에도 반영하지 않는다는 논리지만, 집값 폭등으로 이사를 하지 못한 사람들의 기회비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많아 매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외에도 실제 전·월세가격 변동이 통계에 적게 반영되는 등 주거비 통계에 허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우리나라 물가지수의 주택임차료는 주거 기회비용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의 월세화와 이자부담 증가로 무주택 서민은 물론 다주택자들의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며 "집값은 점차 안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자칫 재건축 활성화가 불씨가 돼 집값이 불안해지면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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