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기자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우리나라의 국가총부채 비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등해 주요 20개국(G20) 국가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재정·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어 규제개혁 및 성장력 제고 등 위험 관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국가총부채 비율은 266.3%로 G20 평균 267.7%에 비해 1.4%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증가율은 G20 평균 19.6%포인트 보다 약 2.5배 높은 48.5%포인트를 기록했다. 2017년만 해도 한국의 국가총부채 비율은 217.8%로 G20 평균 248.1% 보다 30.3%포인트나 낮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변했다. 한국이 ‘빚 더미’에 앉으면서 G20 평균과의 격차가 대폭 줄어든 것.
특히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총부채 비율은 2017년부터 계속 증가한 반면 G20 국가의 평균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그 비율이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G20 국가의 경우 전년 대비 지난해 3분기 평균 국가총부채 비율이 23.8%포인트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에도 가계, 기업, 정부 부채가 모두 늘어나면서 평균 국가총부채 비율은 8.1%포인트 뛰었다.
특히 가계 부채가 가장 심각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17년 89.4%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던 2020년 100%를 돌파했으며, 지난해 3분기에는 106.7%까지 치솟았다. 2017년 대비 지난해 3분기 가계부채비율 증가폭은 17.3%포인트로 G20 국가 평균 3%포인트 보다 약 5.8배 컸다.
BIS에 관련 통계가 보고된 43개 국가 중 가계부채비율 증가폭이 10%포인트를 넘는 국가는 중국(13.5%포인트), 홍콩(21.6), 한국(17.3), 태국(11.6)등 4개국에 불과하며, G20 국가 중에서는 중국과 한국 뿐이다.
최근 5년 간 국제적 흐름과 달리 한국의 총부채비율이 급격히 치솟은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계와 기업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 폭은 국제결제은행(BIS)에 관련 통계가 보고된 43개국 중 2위를 기록할 만큼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물가와 이자 부담 증가에 가계 실질소득까지 줄면 가계부채 리스크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가계부채비율은 2017년 89.4%에서 지난해 3분기 106.7%로 17.3%포인트나 치솟았다. 낮은 금리를 발판 삼아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열풍에 너도 나도 빚을 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격히 수입이 줄어든 가계와 자영업자들이 대다수 대출을 받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주요 20개국(G20)이 이 기간 평균 가계부채비율은 62.1%에서 65.1%로 3%포인트 수준의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로써 한국과 G20 간 가계부채비율 격차(한국-G20평균)는 2017년 27.3%포인트에서 2021년 3분기 41.6%포인트로 확대됐다.
기업들도 빚을 늘린 것은 마찬가지다. 2017년 기업부채비율은 G20 평균이 더 높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겪으며 지난해 3분기에는 한국이 추월했다. 이 기간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비율은 92.5%에서 113.7%로 21.2%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G20 평균은 96.6%에서 101.1%로 4.5%포인트 상승에 불과했다
G20 국가 평균과의 격차(한국-G20 평균)도 2017년 -4.1%포인트에서 12.7%포인트로 역전된 상황이다. 국제적인 부채 현황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소 추세로 전환해서 건전성 개선 흐름을 보이는 반면 한국은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부문에서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가계실질소득이 감소하고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가계부채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물가상승이 이어지면서 가계실질소득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계실질소득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와 -3.1%로 4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계실질소득은 3분기 5.4%로 반등했지만 이는 코로나19 관련 공적 보조금 소득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4분기에는 2.8% 증가에 머물렀다.
고물가 현상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로 올리고 경제성장률 전망을 2.5%로 내린 바 있다. 물가 상승 대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가계부채 위험도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
한경연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이 총 18조4000억원 증가하며, 가구당 연 87만6000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대출 갈아타기 확대로 변동금리 보다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여 저신용자·저소득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연체·부도율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지속적으로 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재정·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면서 "인위적인 부채 감축보다는 규제개혁 등으로 성장력 제고 및 소득 증가를 유인해 가계·기업부채를 줄이고, 정부부채도 재정준칙 도입 등 재정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