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기자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2단계 작전 목표'를 제시한 러시아가 정예부대를 남부 요충지인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동부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전날 러시아 정예부대 12∼14개가 마리우폴을 떠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자국 병력과 시리아나 리비아에서 온 용병 10만명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했으며 하루가 다르게 병력 배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날 마리우폴 점령에 성공했다고 선언하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역과 남부를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2단계 목표를 제시했다.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부사령관 루스탐 민네카예프 준장은 우랄산맥 인근 스베르들롭스크주 군수업체연합 연례 회의에서 "이틀 전 시작된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2단계에서 러시아군의 과제 가운데 하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남부 지역을 상대로 완전한 통제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군에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녜스트로비예)로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출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동유럽 국가 몰도바에서 1990년 분리·독립을 선언한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 공화국으로 50여만 명의 주민 가운데 약 30%가 러시아인이다. 러시아는 1992년 몰도바와 맺은 협정에 따라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수천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계획대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모두 점령하면 러시아는 돈바스와 2014년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와 연결되는 육상 회랑을 완성하는 것은 물론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추가 통로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는 모든 해안이 막히게 된다. 이에 몰도바는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민네카예프 준장의 발언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의도가 드러났다며 우크라이나는 시작에 불과하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외에 다른 나라도 점령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상 연설을 통해 "다음은 누구겠는가"라며 "모든 나라와 민족은 반드시 우리를 돕고 우리와 함께 싸워야 한다. 우리가 최전선에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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