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식외과 조재원, 최규성, 김종만, 유진수 교수.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복강경을 이용한 생체 간이식 공여자간적출술이 간이식 수술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는 기존 개복 수술과 비교해 수술이 어렵고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웠지만, 수술 경험이 쌓이고 수술법이 고도화되면서 고통을 줄이고 흉터가 적은 복강경 수술이 각광을 받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장기이식센터 이식외과 조재원, 최규성, 김종만, 유진수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인 ‘간이식(Liver transplantation)’ 최근호에 그동안 집도한 복강경 수술 사례 506건을 분석·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복강경 수술은 1~2㎝ 크기의 구멍을 4~5개 배에 만든 뒤 이 통로를 이용해 수술 기구를 넣어 공여자의 간을 절제하고 절개창을 낸 골반 부위로 꺼내는 것을 말한다. 기존 개복 수술과 비교해 간 공여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흉터가 적어 삶의 질을 향상시켜준다고 알려졌지만 수술 난도가 그만큼 높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도입 초기 일부 환자에만 적용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3~2016년 전체 간이식 환자 289명 중 개복 수술은 215명이지만, 복강경 수술 환자는 74명으로 25% 수준에 불과했다.
복강경 수술로 점차 전환하던 시기인 2017~2019년 사이에는 수술 비율이 역전됐다. 이 기간 간이식 수술 300건 중 개복 수술은 54건으로 줄었고, 246건(82%)이 복강경으로 진행됐다. 2020년 이후 진행된 간이식 수술 166건은 모두 복강경으로 이뤄졌다.
이 같은 변화는 수술 경험이 쌓이고 술기가 고도화되면서 적용 대상 환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간이식 수술은 공여자에게서 떼어낸 간을 환자에게 이식하기 좋게 담도와 혈관 등을 정밀하게 박리해야 하는데, 해부학적 변이가 있는 공여자는 출혈 위험이 커 개복수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서울병원 간이식팀 역시 복강경 수술 도입 초기에는 복강경 수술 환자 중 담관 변이가 있는 환자는 8.1%, 간문맥 등 혈관 변이가 있는 환자는 4%로 비중이 작았다.
현재는 해부학적 변이와 상관없이 복강경 수술이 기본 선택지가 됐다. 수술의 안전과 관련된 지표가 개선되고 숙련도가 향상됐기 때문이다. 수술 시간 역시 도입 첫해인 2013년 449분에서 지난해 기준 209분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간 공여자의 수술 만족도는 개복 수술에 비해 높다.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한 경우도 3분의 1 수준이고, 평균 재원일수 역시 8일로 개복 수술(10일)보다 줄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