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이제는 집 안에 약통 하나씩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찾아왔다.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 오메가3 등등 하루에도 영양제를 몇 개씩 챙겨 먹기도 한다. 코로나19의 확산은 평상시 면역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건강을 챙기는 데 소비를 아끼지 않는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를 방증하듯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섰다. 소비자 구매 행동 지표 조사 결과에서는 매년 한 번 이상 건기식을 구매한다고 답한 가구는 10가구 중 8가구나 됐다. 그런데 이러한 건기식들은 대부분 적게는 1개월, 길게는 3~4개월 장기간 섭취해야 한다. 오래 두고 챙겨야 하는 만큼 적절한 보관 방법도 중요하다.
대표적 건기식인 비타민은 빛과 열, 수분(습기)에 취약하다. 비타민 제품을 냉장 보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제품을 더 손상시키는 잘못된 방법이 될 수 있다. 냉장고는 습기가 많은 편이고, 제품이 병 포장인 경우 냉장고 문을 여닫으면서 생기는 온도 차로 인해 내부에 수분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비타민은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가급적 빛이 차단된 어두운 곳이라면 더 좋다.
최근 각광을 받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생균이기 때문에 보관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보관 온도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은 습기 차단이다. 유산균 냉동 건조 과정에서 빠진 수분이 섭취 시 재공급되면 유산균이 다시 깨어나 장에서 활동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다. 습도가 높은 곳에 제품을 보관하면 생균이 인체에 섭취되기도 전에 활성화돼 사멸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오일을 담고 있는 연질캡슐과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보관할 수 있는데, 캡슐에 내포된 습기가 프로바이오틱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 습기 차단이 우수한 전용 용기에 보관하거나 아니면 애초 개별포장 출시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오메가3(EPA 및 DHA 함유 유지) 보관은 산패가 되지 않도록 산소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패는 유지(동물 또는 식물에서 채취한 기름)를 공기 속에 오래 방치해 뒀을 때 산성화돼 냄새가 나고 맛이 나빠지거나 빛깔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될 경우 비타민, 아미노산 등 영양소도 파괴됐을 수 있고 심하면 독성이 있는 산화물이나 분해 산물이 생길 수 있다. 간혹 산패가 진행된 오메가3 캡슐 제품이 서로 들러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면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오메가3 역시 자주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병 포장보다는 산소 노출을 최소화하는 개별포장 출시 제품이 좋다.
알약케이스.
이러한 건기식 추세를 반영해 업계에서는 여러 필수 영양소를 하나에 담아 간편하고 편리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멀티팩'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섭취하는 건기식이 많아지면서 여러 종류의 제품들을 케이스에 소분해 휴대하고 다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의할 점은 서로 다른 영양제 제형 간 간섭이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서로 다른 제품을 한 용기에 섞어서 보관하면 습기에 영향을 받는 프로바이오틱스처럼 간섭으로 인해 안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기식 업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고자 멀티팩의 간편함에 개별 포장 방식을 적용, 보완한 멀티PTP 방식의 ‘올인원팩’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루엔진’이 꼽힌다. 하루엔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보관 시 반드시 산소나 습기 등의 접촉을 차단하고 최소화해야 하며, 여러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섭취할 경우 서로 다른 영양성분 간 간섭이 일어나지 않도록 따로 보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