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관계자가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며 재택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의 증세 등을 화상전화를 이용해 체크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메타버스·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이 의료의 패러다임을 서서히 바꾸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진료에서 벗어나 온라인 플랫폼 등을 매개로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 시도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부른 비대면 시대는 이러한 의료 혁명의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원격의료 시장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시장 조사 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19년 612억달러 규모에서 매년 평균 25.2%의 성장률을 기록해 2027년 559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은 보다 안전한 진료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상담 수요와 원격 상담·모니터링 수요를 크게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 해외시장동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이후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영상 진료 규제를 완화하고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개정해 원격의료 장벽을 낮추는 등 원격의료 활성화 지원에 나섰다.
우리나라의 원격의료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우선 의료법상 원격의료가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염병 대응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이나 처방 등 비대면 진료가 일부만 허용됐다. 의료 접근성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는 만큼 원격의료의 효용성이 낮고, 진료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의료계에서도 특정 병원에 대한 쏠림 현상과 의료 비용 상승, 오진 시 책임 여부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반대의 목소리가 현재까지는 더 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진료 환경 조성을 위한 시도는 국내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의료 플랫폼 미스블록(MISBLOC)은 올해 3~4분기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진료 프로젝트 계획을 밝혔다. 메타버스에 가상 진료소를 열고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진료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미스블록은 대형병원에 산재해 있는 의료 정보 및 의무 기록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인이 관리·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의료 생태계의 모든 이해 관계자가 다양한 혜택을 누리게 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스타트업이다. 김도희 미스블록 대표는 "이제 우리 삶은 메타버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흐름에 맞춰 메타버스 상에서의 의료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미 누적 이용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원격의료 플랫폼도 있다. 닥터나우는 이번 설 연휴 기간에도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명절 중 운영하는 병원 및 약국 검색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연휴 동안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편의성을 높이고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닥터나우는 의료 공백이 예상되는 연휴 기간에도 비대면 진료의 혜택을 최대한 제공하고 코로나19 자가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방문 가능한 의료기관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추가해 국민들이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명절을 지낼 수 있도록 의료 인프라 구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일부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전면 도입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아직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2월 원격의료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의료의 본질과도 같은 '환자 대면 원칙'이 훼손될 경우 국민 건강에 커다란 위해를 초래할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법적·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기술적 인프라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원격의료는 시기상조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지적했다.
다만 원격의료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 추세를 보일 것이란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가 원격의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분명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법정기구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지난해 발간한 '원격의료 실현을 위한 국내 과학기술의 현황과 극복과제' 보고서에서 ▲환자 진찰 기기와 검사 기술에 대한 개발과 적용 ▲원격 모니터링 협력 ▲원격의료에 맞는 의무기록 시스템 개발·표준화 ▲기술 적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법제도 개선 등 원격의료에 필요한 합의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