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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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3800만명에 달하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편익 향상을 위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법안 처리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올해 다양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단 한 건에 그칠 정도로 보험 입법은 공백기였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모두 17건의 보험업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됐는데 이 가운데 16건이 심사 계류중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통신수단을 이용한 보험계약 해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만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보험업계는 물론 정부, 소비자단체도 높은 관심을 기울렸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법안은 올해에만 2건(김병욱, 정청래 의원 발의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발의된 3건(전재수, 윤창현, 고용진 발의안) 등 모두 5건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법안의 기본적인 내용은 실손보험 보험계약자 등이 의료기관에게 진료비 계산서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나 제3의 기관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에서 종이 서류를 발급한 후 팩스나 이메일, 우편 등의 방법으로 보험사에 청구하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 대한 의무 부과가 부당하고, 의료정보의 오·남용 우려를 제기한 의료계의 반대에 통과하지 못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농어촌 어려움 해소를 위해 설과 추석 기간에 한해 청탁금지법상 선물 가액의 범위를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정부가 발의한 실손보험과 국민건강보험 정책의 연계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실손보험 정책과 건강보험 정책을 연계해 추진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협의·조정을 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을 두고, 공동으로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운영현황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공· 사의료보험 연계심의위원회의 설치나 실태조사에 대한 사항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상황이다.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법안 처리도 미뤄졌다. 대형 보험사가 자회사에 보험금 손해사정업무를 위탁하는 소위 ‘셀프 손해사정’을 규제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계류 중이다. 나아가 셀프 손해사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자는 개정안도 발의되기도 했다.
전자금융업자도 금융기관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정안도 법제화되지 못했다. 개정안 그대로 개정하게 되면 전자금융업자도 판매와 관련해 방카슈랑스 규제가 적용되는데, 전자금융업자 보험대리점에게 방카슈랑스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보험 민원처리나 분쟁조정을 담당하는데 인력 한계 등으로 처리가 늦어지는 등 불편함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보험협회가 민원 처리나 분쟁 자율조정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다만 협회 주도로 민원을 처리할 경우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민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민원·분쟁의 범위 등에 대해 검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민간은 물론 정부에서도 제도 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국회에서 발목을 잡혀 아쉽다"면서 "국민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내년에는 개정안이 통과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