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빚 갚는데 다 쓰고…집값 하락할 수도' [금안보고서]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자영업자 충격 커질 듯
가계대출 부실 규모 5조→9조로 확대
자영업자 대출 887조5000억원…1년 전보다 14%↑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한국은행이 과도한 부채 수준이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금리 정상화 수순을 밟아가는 가운데 향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를 줄이고, 주택 가격이 조정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빚 갚으려고 소비 줄인다 = 한은이 23일 발표한 '2021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의 소비제약 임계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45.9%로, 2021년 3월말 평균 DSR(36.1%)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의 DSR이 8%포인트 상승할 경우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임계치 초과 가구 비중이 각각 27.7%, 19.7%로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아직까지 가계의 전반적인 채무 상환 부담이 소비를 제약할 정도의 수준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다만 가계의 DSR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소비가 제약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빚에 써야 되는 돈이 더 커지면 소비를 자연히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 제약에 이어 가계대출 부도율과 부실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불안에 경기 부진 충격까지 더해지면 가계대출 부도율은 0.83%에서 1.18%로 상승하고, 부실 규모는 5조4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향후 주택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실질 소득이 크게 감소해 실물 자산을 매각하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실물 자산 보유 비중이 64%로 매우 높은 수준인 데다 고위험가구도 지난해 말 40만 가구를 돌파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1년 9월 말 주택금융은 1667조1000억원으로 명목GDP 대비 82.5%로, 2019년 말(72.8%)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한은은 "자산 시장의 자금 쏠림으로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의 자산시장으로의 유입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가계부채 증가세의 억제 노력은 일관되게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의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이 시작된 22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성수와 강남 일대 아파트./강진형 기자aymsdream@

◆중소기업·자영업자·취약차주 다 쓰러진다 = 중소기업의 평균 부실 위험은 올해 2분기 2.8%를 기록해 대기업(1.0%)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보면 서비스업의 부실 위험이 2.71%로 제조업(1.58%) 등 여타 업종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중소기업,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기업 부문 부실 위험이 다소 높아졌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 병목 지속 등 부실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잠재 리스크 요인에 대해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의 소득은 크게 늘지 않는 가운데 부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9월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87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폐업률 지난해 기준 11.8%로 낮은 점을 감안하면 가게 문을 닫지 않고 돈 빌려 생계만 유지하고 있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지원 조치 종료 시 자영업자의 DSR은 지원 조치가 지속되는 경우에 비해 2.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함께 과다 채무자와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연체율 상승기 소득 감소·비은행 대출 증가·이자 부담 증가 충격을 동시에 받은 차주의 연체율은 2.1%포인트를 기록해 연체율 하락기(0.7%포인트)때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압력,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대출 금리 상승세가 확대될 경우 취약가계를 중심으로 연체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저소득층 외에도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경우 중산층까지 모두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개인파산 신청, 최저생계비 지원 등의 정책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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