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기자
서울우유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광고의 일부 장면. 좌측 여성들의 모습이 광고 후반부에서 우측 젖소로 바뀌었다. /사진=유튜브 캡쳐
[아시아경제 김서현 기자] 서울우유가 여성을 젖소로 빗댄 듯한 광고 영상을 내보내, 홍보 방식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우유는 과거에도 홍보수단의 여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졌던 전적이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LG전자의 제품광고 역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해 비판 받은 바 있어, 광고계 성차별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29일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자사 유기농 우유 제품을 홍보하는 영상을 공개하고 감상평을 댓글로 남기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약 52초 분량의 광고영상에는 흰 옷을 입은 여성들이 초지에 누워 요가 동작을 하는가 하면, 냇가에 모여 물을 마시는 모습이 등장한다. 한 여성이 나뭇잎에 고인 이슬을 마시는 장면도 클로즈업 화면으로 담겼다. 이 장면에서 "청정 자연의 깨끗한 물을 마시고 친환경 유기농 식단을 고집하며 쾌적한 환경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그들"이라는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광고에 등장하는 한 여성이 냇가에서 물을 마시려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남성은 '서울우유 유기농 우유의 비밀을 포착한다'는 명목 하에 이들을 몰래 카메라에 담으려고 시도한다. 그러던 중 남성이 나뭇가지를 밟고, 이 소리를 들은 여성들은 모두 젖소로 바뀌게 된다. 이때 "깨끗한 물, 유기농 사료, 쾌적한 청장 자연 속 유기농 목장에서 온 순도 100% 서울우유, 유기농 우유"라는 멘트와 함께 우유를 마시며 미소를 짓는 남성의 모습으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이에 누리꾼은 "역겨운 아이디어가 현실화됐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 등 비판 어린 시선을 보냈다.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은 광고가 여성을 젖소에 비유했고, 여성을 '도촬'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여성을 젖소로 비유한 게 너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우유 측은 8일 해당 광고를 공식 채널에서 삭제하고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사과했다.
서울우유는 과거 여성 누드모델들로 퍼포먼스를 펼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서울 인사동 한 화랑에서 관객 90여명을 입장시킨 가운데, 주최측은 우유 신제품 홍보행사를 하면서 전라의 여성 누드모델 3명을 출연시켜 분무기로 서로의 몸에 요구르트를 뿌리는 등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LG전자가 지난해 공개했던 스마트폰 'V60 씽큐' 홍보 영상 /사진=LG전자 폴란드법인 틱톡 계정 캡처
지난해 LG전자의 해외 스마트폰 광고 영상도 성차별적 연출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해 5월 LG전자 폴란드법인은 지난 회사 공식 틱톡 계정에 플래그십 스마트폰 'V60 씽큐' 홍보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은 계단을 올라가는 여성의 뒷모습을 한 남성이 몰래 촬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셔터음을 듣고 촬영 사실을 깨달은 여성이 항의하자, 남자는 별도 스크린 액세서리인 '듀얼 스크린'을 이용해 사진을 찍지 않았다며 여성을 속인다. 이에 여성이 사과하고 돌아서자,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한다. 당시 영상은 2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SNS에서는 영상이 여성에 대한 불법촬영을 희화화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이용자는 "LG가 어떻게 이 같은 홍보 영상의 공개를 승인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논란이 인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영상은 LG전자 계정에서 삭제됐다.
LG전자 폴란드법인 측은 틱톡 공식계정에 글을 올려 "LG전자의 정책과 기준에 맞지 않은 콘텐츠가 게시됐었다"면서 "법인 디지털마케팅팀이 적절히 걸러내지 못한 콘텐츠였고 즉시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주의한 콘텐츠 때문에 불쾌했을 부분에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논란이 된 서울우유 광고가 우리 사회 내 일상에서의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져 있음을 방증하며, 불법촬영을 향한 안이한 인식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논란이 된 광고는 우리 사회의 일상 구석구석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상당히 떨어져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해프닝"이라며 "광고 표출까지 수많은 관계자를 거쳤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를 보고 느낄 인상이나 감정을 전혀 예측하지도 고려하지도 못했다. 대중에게 호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광고가 오히려 혐오를 유발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성과 여성이 함께 등장한다는 해명도 핑계에 불과하다"며 "뒤에 있는 남성들은 잘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나뭇잎에 흘러내리는 이슬을 마시는 여성의 모습은 섹시, 청순을 나타내고자 하는 다분히 의도된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성이 이러한 여성들의 모습을 찍는 연출이 '몰카'처럼 느껴지는 이유 역시 촬영 대상의 상황이 성적으로 해석할 만한 여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라며 "불법 촬영을 향한 기성세대의 인식이 과도한 장난, 성향적으로 저급한 사람 정도에 그쳐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