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 느껴요' 퇴근하고 '학습지' 푸는 직장인들[허미담의 청춘보고서]

학습지 성인 회원 수 매년 증가
"저렴한 비용에 시간·공간 구애 안 받아"
전문가 "학습지 통해 스트레스 해소할 수 있어"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는 청년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편집자주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1년 차 직장인 이모(28)씨는 지난해 말부터 학습지를 신청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영어 실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학원에 다니고 싶어도 내 나이에 비해 영어 실력이 모자라 망설여졌다"라며 "또 언제 야근할지도 모르고 야근에 학원까지 갔다 오면 육체적 피로가 심할 것 같아 계속 영어 배우기를 미뤘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지인의 소개로 학습지를 하게 됐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자기개발의 일환으로 학습지 교육을 선호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과거 청소년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학습지가 성인의 새로운 공부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학습지는 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며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을 토대로 성인 학습지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는 청년층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기개발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학습지를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직장인 공모(26)씨 또한 최근 일본어 학습지를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좋아해서 제2외국어로 선택했는데, 오랜 시간 지나다 보니 가물가물하더라"며 "주말에 집에서 아무 할 일 없이 지내는 것보다는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학습지를 신청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7월 치러지는 JLPT(일본어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공씨처럼 학습지 교육에 관심 있는 직장인은 늘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습지 교육을 받아볼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2.1%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는 응답도 36.1%였다. 반면 '아니다'는 응답은 16.8%, '전혀 아니다'는 5%였다. 즉 직장인 10명 중 8명이 학습지 교육에 관심을 표한 것이다.

공부 중인 청년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학습지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까지 해 청년들에게 큰 인기다. 특히 한 달 수강료가 최소 10만원 이상인 학원비나 온라인 강의에 비해 학습지는 대다수 월 3만원대로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

또 성인 회원들은 본인의 상황에 맞춰 학습량을 설정할 수 있고, 실력에 맞게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습지에 매력을 느낀다.

한 누리꾼은 "두꺼운 책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니 너무 막막해서 학습지를 시작했다"라며 "스스로 학습량을 정해 1년 정도 꾸준히 하다 보니 좋은 취미가 됐다. 특히 영어 실력도 많이 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학습지를 찾는 청년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교원구몬 자료에 따르면 성인 학습지 회원 수는 ▲2013년 1만8000명 ▲2015년 2만5000명 ▲2017년 5만5000명 ▲2019년 6만1000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교원구몬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학습지 교사가 방문하지 못하는 등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화상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계속해서 성장해 전체 회원 수가 13만명까지 올랐다"라며 "특히 성인 회원들의 학습지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청년층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학습지 등의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습지 같은 단순한 활동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분산시키려는 것"이라며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그러나 학습지는 자기 혼자 할 수 있고, 저렴한 데다 이로 인해 자기개발까지 할 수 있으니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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