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기자
작가 요요진의 '요요형상'. 그는 이 작품을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전환해 온·오프 동시 판매를 진행중이다.(사진=작가제공)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대체불가능토큰(NFT)은 피할 수 없는 하나의 현상이다. 자본의 형태에 대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른바 ‘자본주의 키즈’가 NFT 확장을 주도할 것으로 본다."
청년 작가 요요진(37)은 최근 국내외 미술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NFT에 대해 이처럼 평가했다. 그는 1일부터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공장갤러리에서 국내 최초로 NFT 연계 전시를 진행 중이다.
NFT란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로 콘텐츠에 고유한 소유권을 부여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예술가가 컴퓨터로 디지털 그림을 그린 뒤 이와 연계된 NFT만 발행하면 이 NFT에 ‘해당 그림은 원본’이라는 식의 복제불가능한 식별코드가 입력된다. 쉽게 말해 디지털 원본 보증서인 셈이다. NFT는 온라인 경매 플랫폼 등에서 매매도 할 수 있다.
요요진은 이번 전시에서 흥미로운 실험에 도전한다. 오프라인 전시 작품 34점 가운데 15점을 NFT로 제작해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에 업로드한 뒤 경매도 진행할 계획이다. 동일 작품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판매해 어느 게 더 잘 팔리는지 시험해보려는 것이다. 전시 종료일인 오는 15일 오후 7시쯤 작가가 직접 결과를 공개한다.
요즘 미술시장은 NFT가 일으킨 새로운 패러다임을 경험 중이다. NFT 전문 분석사이트 논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NFT 거래량은 2억1654만달러(약 2450억원)를 기록했다. 2017년 7월23일 통계 집계 이후 현재까지 거래된 총액 5억6356만달러 중 38%가 최근 한 달 만에 거래된 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18일 첫 NFT 적용 미술품인 마리킴의 10초짜리 영상 ‘미싱&파운드(2021)’가 6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NFT 미술시장이 급성장하자 이와 관련한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NFT 확산으로 신인·무명 작가들의 활동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요요진은 "작품을 소개할 만한 새로운 마켓이 등장한 것"이라며 "NFT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겠지만 무명 작가들에게는 분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신인 작가는 "유명 갤러리나 이름 있는 경매시장에서 작품을 팔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림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시장 주도권이 디지털로 옮겨가면 좀 더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 예술가 비플이 제작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 '매일: 첫 5000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786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 무명 작가가 NFT를 통해 단숨에 유명인사로 발돋움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11일 ‘비플(Beeple)’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의 NFT 디지털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에 팔렸다. 폴 고갱(1848~1903)이나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작품보다 높은 낙찰가다. 비플은 이번 거래로 현존 작가 중 제프 쿤스(66)와 데이비드 호크니(84)에 이어 세번째 비싼 작가가 됐다.
최근의 NFT 현상이 과장됐다는 시각도 있다. 투기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비플조차 "NFT는 거품"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사실 그의 작품을 낙찰받은 이도 NFT 펀드 조성자로 업계의 큰손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NFT가 작품의 ‘원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NFT에는 디지털 그림의 원본 파일이 담기지 않는다. 원본 파일이 존재하는 특정 서버의 주소만 기록된다. 서버가 해킹당하거나 폐쇄되면 해당 파일이 변조되거나 사라질 위험도 있다.
NFT로 거래해도 아직은 현행법상 지식재산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NFT 거래가 “진짜 작품은 창고에 숨겨두고 구매 사실을 기록한 액셀 파일만 건넨 것과 같다"면서 "NFT가 자동으로 권리관계를 보장해주지 못하며 NFT 발행자가 ‘약속을 지켜야만’ 영수증으로 구실할 수 있는 불안정하고 원시적인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