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비즈니스와 삶에서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블러’란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을 말한다. 사람과 기계(인공지능·AI), 제조와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자, 현실과 가상세계, 금융기관과 빅테크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빅테크기업들이 약진했다. 파이프라인 경제에서 플랫폼 경제로 산업의 핵심축이 넘어가면서 우리는 이제 빅블러 시대에 진입했다.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첫째, 가정과 직장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많은 산업 분야에서 ‘재택근무’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 대신 산책을,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대신 ‘홈트’를 하는 놀라운 시대가 시작됐다. 휴가도 ‘랜선 여행’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집콕 경제’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하며 새로운 코쿤 라이프스타일이 대세가 되고 있다. 나 홀로 즐기는 코쿤족은 온라인으로 활발하게 연결돼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1인 가구의 성장, 긱(Gig) 경제의 성장 역시 빅블러와 연결돼 있다.
둘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소매시장의 30% 정도를 점유한 e커머스의 비중이 이제 4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에 7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롯데쇼핑의 시장 가치가 3조원인 데 반해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쿠팡은 시장 가치가 30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30년 전 미래학에서 가상 시나리오로 제시된 수치가 이미 실현된 것이다. O2O(온오프라인 연계)와 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와 같은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아마존, 구글,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데이터 기반의 빅테크기업들이 기존의 소매산업을 잠식하고 있다. 카카오 뱅킹 등 핀테크(금융+기술)기업이 등장하면서 금융산업에도 빅테크기업들이 진입해 은행 업무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려지고 기존의 질서가 파괴되고 있다.
셋째, 산업 간·업종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자동차는 자율주행차로 진화하면서 전자제품화, 미디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네이버와 신세계 대표들이 만나 사업을 의논하는 것도 빅블러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편의점은 음식점, 커피숍 그리고 택배 픽업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만물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사이렌 오더를 도입해 핀테크 기능도 수행하게 됐다. 2018년 실제로 아르헨티나 은행과 제휴해 커피뱅크를 출범시켰다. 수신액만 3조원에 육박하는 실제 중형 규모 은행이 된 것이다.
빅블러 시대에는 과거의 고정관념을 버려야 생존이 가능하다. 모든 것을 연결해보고 사고의 속도를 높여야 성장할 수 있다. 변화의 충격을 이겨내는 적응력과 속도가 최고의 미덕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시작은 미국과 중국 등에 밀려 늦었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사업 혁신성은 현재 한국인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빅블러 시대에 우리가 하고 있는 업무와 본업에 대한 정의를 확대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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