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박원순 선택 안타깝다', 시민단체 '정치적 판단'…재판부 '성추행 인정'에도 감싸기

文 "박원순 선택 안타깝게 생각"
적폐청산연대 "성추행 인정은 정치적 의도 다분" 주장
피해자 측 "2차 가해로 피눈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메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발언해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한 시민단체는 최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인정한 재판부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피해자 측은 입장문을 내고 강한 불만과 함께 2차 가해 중단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됐는데, 이에 대한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박원순 시장 사건은 여러모로 안타깝다"라며 "우선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 대해서도 대단히 안타깝고, 그 이후의 여러 논란 과정에서 이른바 2차 피해가 되는 그런 상황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박원순 시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또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안타깝다'는 표현을 했을 했을 뿐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 전 시장 빈소에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신승목 대표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의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를 무고·무고교사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적페청산국민참여연대'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을 인정한 재판부를 경찰에 고발했다.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은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사건"이라며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넘어선 직권남용이자 명백한 사자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연대는 또 지난 18일 재판부를 상대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징계요청서를 제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접수했다.

연대는 "만약 박 전 시장이 살아있었다면 (재판부가) 과연 그렇게 했을까 의문이 든다"면서 "박 전 시장이 사망한 만큼 사실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측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말들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A 씨의 동생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6개월간 저희 가족은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살고 있다"라며 "정치에 뜻이 있거나 영향력 있는 분들이 누나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말을 할 때마다 누나와 가족들이 흘린 피눈물은 바다를 이룰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끊임없이 지속되는 피해 사실 부정 및 은폐를 위한 일련의 과정, 그리고 2차 가해로 인해 누나는 삶의 의욕이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A 씨가 관련되어있는 별건 재판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총선 전날 서울시장 비서실 전 직원 B씨가 동료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와 동일인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이날 B씨에 대해 3년6개월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도 일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이 A씨에게 속옷 사진과 '냄새를 맡고 싶다' '몸매 좋다' '사진 보내달라'는 등의 문자를 보낸 사실, A 씨가 다른 부서로 옮겼을 당시 '남자에 대해 모른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 '성관계를 알려주겠다' 등의 문자를 보낸 사실도 인정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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