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시민 10명 중 8~9명은 우리사회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 등 전반적인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특히 주택과 경제 분야에서 공공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달 25~27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민 공공갈등 인식조사'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그 결과, 최근 1년간 우리나라의 갈등 상황을 묻는 질문에 서울시민의 86.0%가 '갈등이 있다'고 답했다. 과거 갈등이 있다고 응답한 시민의 비율은 2017년 78.0%에서 2018년과 2019년 각각 82.3%를 기록, 증가세를 보여 왔다. 특히 지난해(60.9%)에 이어 올해도 서울시민 10명 중 6명(61.4%)은 '매우 갈등이 심하다'고 응답해 계속되는 극심한 갈등 상황을 보여줬다.
반면 최근 1년 동안 가정, 직장 또는 주변사람들과의 갈등 경험 정도는 2017년 30.9%, 2018년 30.6%, 2019년 29.1%, 2020년 28.9% 등으로 감소추세에 있었다. 또 서울시민 중 13.6%는 시청이나 구청 등 공공기관과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시민들은 우리사회에 이같은 공공갈등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정부 불신등 전반적인 신뢰 부족(42.3%) ▲서로 배려하는 성숙한 민주적 시민의식 부족(35.1%) ▲중앙정부·자치단체의 일방적인 공공정책 추진(33.1%) 등을 꼽았다. 우리사회 갈등과 관련된 주장에 대해서는 ▲사회갈등을 유발한다 해도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71.6%) ▲갈등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갈등을 통해 사회가 발전한다(55.6%) ▲우리사회 갈등은 사회구조적 문제보다 개인의식·성향의 문제가 크다(37.7%) 순으로 답했다.
공공갈등이 심각한 분야는 주택(4.47점), 경제(4.11점), 교육(3.70점), 환경(3.51점), 복지(3.24점), 안전(3.09점), 교통(3.00점), 문화(2.74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과 경제 분야는 각각 4년 전보다 심각한 정도가 계속 높아졌으며, 현재도 서울시의 전반적인 공공갈등 수준(평균 3.77점)보다 심각도가 더 높았다.
주민 기피시설을 건설하고 확충해야 할 때 이로 인해 서울시와 인접지역 주민간의 갈등이 발생한 경우 ▲지역 주민의 피해가 있다면 계획을 재검토하고 충분한 대책을 마련한 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73.2% ▲일부의 피해와 반발이 있어도 다수의 시민을 위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 26.8%보다 응답률이 두 배 이상 높았다.
공공갈등 발생시 가장 바람직한 해결 방안으로는 ▲갈등 전문가나 기관 등 제3자를 통해 조정과 화해 시도(59.3%) ▲끝까지 대화를 통한 해결(21.6%) ▲소송 등을 통해 법적으로 해결(11.3%) 순으로 선호했다. 또 갈등 예방 및 해결을 위한 서울시의 중점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 의견수렴(47.8%)▲갈등 예방에 주력(39.3%) ▲맞춤형 갈등 조정(32.6%)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공공갈등에 대한 시민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파악해 서울시의 갈등 관리 방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전문기관을 통해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서 ±3.1%포인트다.
홍수정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은 "서울시민이 느끼는 공공갈등의 주요 원인은 법·제도적 문제가 아닌 신뢰와 소통 등 의식적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에서 제3자의 조정과 중재가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